철학이 묻어나오는 플랫폼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대기업인 A사에서 원하는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B사. A사와 함께한다면 B사의 진일보가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B사는 홍보·마케팅에 투자할 인력과 자금이 부족하다. 그래서 <파이내셜투데이>가 ‘FT브릿지’를 기획했다. 혁신적 기술·제품을 보유했거나 개발 중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을 발굴, 대기업와 중소기업 간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17번째 주인공은 소셜 댓글 서비스의 선구자 ‘시지온’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댓글’은 훌륭한 의사소통의 수단이자 자신을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다. 특히 기사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지는 힘은 더욱 강력하다. 하지만 댓글이 순기능만 가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비방하고 깎아내리는 댓글인 ‘악플’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 이같은 악성댓글들로 인해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혼자 속 앓이를 하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최근에는 자신에 대한 악성댓글을 퍼트린 네티즌을 상대로 강경대응에 나서는 등 빠른 대처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 악성댓글 억제제

이에 댓글 활동이 가장 왕성한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착한댓글 달기 운동’ 등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면서 악플 근절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효과적인 악플 차단 수단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됐다. 그 중 스타트업인 시지온의 ‘라이브리’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라이브리는 댓글 컨텐츠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 ‘컨텐츠 플랫폼’이다. 자유로운 온라인 소통 확대를 위한 쉽고 재미있는 인터페이스를 지향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라이브리는 댓글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연동시켜 해당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 댓글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유명 SNS계정을 연동해 댓글을 남기기 때문에 해당 정보가 지인들에게 자동으로 공유되면서 악성댓글을 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라이브리는 세부적으로는 소셜댓글을 입력할 수 있는 ‘라이브리 플러그인’과 부가기능을 제공하는 ‘플러그인 애드온’, 댓글 콘텐츠를 관리할 수 있는 ‘라이브리 관리센터’, 사용자의 반응과 재유입을 분석하는 ‘라이브리 통계·분석’, 실시간 댓글 정보를 제공하는 ‘라이브리 API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소통 위한 쉽고 재미있는 인터페이스
간단한 사용방법에 이용자 폭발적 증가

이처럼 구성이 다양한 라이브리지만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라이브리와 제휴를 맺고 있는 웹사이트에서 ‘라이브리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아이디로 댓글을 작성하고 손쉽게 지인에게 공유가 가능하다.

김미균 시지온 대표는 “사이버 공간이 코드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악성댓글 문제를 법이나 시장이 아닌 인터페이스의 구조 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나온 아이디어의 핵심은 소셜네트워크 로그인으로 댓글 작성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댓글을 SNS로 동시에 전송하면서 네티즌 스스로 책임 있는 소통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며 “기술과 심리적 기제를 이용한 구조의 변화를 추구하려 했고, 그렇게 개발한 것이 소셜댓글 서비스 라이브리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라이브리는 언론사와 기업 공공기관, NGO, 쇼핑몰 등 댓글 활동이 활발한 곳에 제공되고 있다. 이 중 주요 파트너사는 KBS와 삼성전자, 서울특별시, 굿네이버스로 각 분야를 대표하고 있는 곳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 사용자의 경우 라이브리 공식 홈페이지에서 HTML 소스코드를 발급 받아 블로그에 설치해 사용이 가능하다. 2016년 3월 기준 라이브리는 1056개의 고객사와 22만개의 설치사이트, 누적사용자 2000만명, 누적댓글 수 2200만개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라이브리는 470%에 육박했던 스팸댓글을 2%대로 줄여 스팸과의 전쟁을 종식시켰다”며 “고객사 가운데 한 언론사는 1년에 9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방문 유입이 증가하는 등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툴로써도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정보문화상 국무총리상인 ‘정보문화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라이브리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시티(City)버전은 개인 블로거와 중소 상공인들을 위한 것이다. 댓글 창 설치부터 작성까지의 과정을 보다 쉽게 설계했으며, 관리와 통계 기능도 새롭게 제공한다. 이와 함께 7개의 SNS 로그인 버튼을 지원해 모바일에도 최적화 됐다.

◆ 발 빠른 해외진출

국내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라이브리는 눈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첫번째 목적지는 중국이다.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현지 소통을 위한 온라인 채널을 활발히 개설할 것이라는 판단에 내린 결정이다. 이를 위해 시지온은 지난 2월 라이브리의 중국어 버전인 라이삐리를 공개했다. 라이삐리는 중국 유명 SNS인 위챗과 큐큐(QQ), 바이두, 웨이보, 런런왕, 도우반 등과 연동된다.

김 대표는 “국내 주요 기업과 언론사,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나 온라인 프로모션에 라이브리 서비스를 다년간 제공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들과 협력할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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