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센터점 키즈카페 퇴점 요구, 점주 “억울하다”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현대백화점이 아직 결정도 되지 않은 면세사업자 선정을 이유로 입주 업체에게 ‘계약만료로 인한 퇴점’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14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키즈카페 ‘킨더젠’을 운영하고 있는 이승희 대표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7월 말 현대백화점 측으로부터 면세사업자 선정으로 인해 8~9층 매장을 전면 리뉴얼하게 됐으므로 계약만료일과 동시에 퇴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앞서 이 대표는 3년 전 가맹사업회사인 S사의 서모 대표를 통해 현대백화점 아동부 김모 과장을 소개받아 계약기간을 3년으로 하는 매입 특약 계약(별도의 임대료 없이 수수료만 납입하는 방식)을 체결했다. 3년이라는 기간 동안에는 3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 계약을 망설였지만 담당자인 김 과장이 재계약을 약속, 이를 믿고 현대백화점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매입 특약 계약의 경우 권리금은 보장 받지 못한다. 이 대표 매장의 경우에는 최소 6년 영업을 해야 본전을 건질 수 있다.

◆재계약 해준다더니 '불가통보' 왜?

하지만 계약기간(2016년 8월 22일) 만료를 한달여 앞둔 지난 7월 말 이 대표는 현대백화점 측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4월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대부분의 상인(임차인)들은 1년 또는 2년 단위로 임차 계약을 한 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최대 5년간 영업할 수 있다. 건물주가 바뀌어도 기존 계약 기간은 그대로 영업할 수 있다.

그러나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는 매장의 통일적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재계약 약속 했다 VS 안했다, 진실공방
면세점 노리는 현대백화점, 감점 우려

이 대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측은 면세사업자 선정을 재계약 불가 이유로 들었다.

이 대표는 “결정되지도 않은 면세점 때문에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한 영업장을 철수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다”며 “8~9층에 있는 다른 업체들은 브랜드 매장이라는 점 때문에 제대로된 항의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9층에 입점한 한 유아용품 매장 관계자는 “한 달여 전부터 무역센터점 8~9층이 면세점 사업지로 리뉴얼된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며 “현대백화점 다른 지점에서도 영업을 하고 있는 브랜드 매장들은 불이익이 돌아갈까 봐 쉬쉬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뜸했다.

문제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점이다. 이 대표도 이러한 점을 내세우며 “계약 당시에는 재계약을 보장하더니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면세점 사업자선정을 이유로 입주업체를 쫒아내는 것은 영세 사업자 죽이기”라고 토로했다.

◆현대백화점, 강경 대응 시사

현대백화점 측은 이 대표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매입 특약 계약 기간은 통상적으로 1년인데 반해 당시 3년으로 계약기간을 책정하며 영업권을 확보해줬다”며 “계약기간 종료에 따른 재계약 불가 통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대표가 주장하는 3억원가량의 인테리어 비용이 실제로는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계약 당시 구두로 재계약을 약속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한 뒤 “허위사실 유포 등에 따라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세점과 관련된 주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9층 키즈카페 '킨더젠' 한쪽 벽에 붙어 있는 폐점 안내문. 사진=한종해 기자 20160726

현대백화점 관계자의 말처럼 현대백화점과 이 대표의 계약기간은 3년이다. 현대백화점의 재계약 불가 통보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대표의 주장대로 현대백화점 계약 담당자가 구두로 재계약 약속을 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대표는 현대백화점의 법적 대응 방침에 대해 “계약 당시 현대백화점 담당자가 구두로 재계약 약속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내용과 서모 S사 대표도 이를 인정하는 내용 등의 녹취를 가지고 있다”며 “현대백화점이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승희 킨더젠 대표가 보내온 가맹사업 계약서 일부. 계약서에는 계약금 1억원, 중도금 1억4000만원, 잔금 4950만원 등 점포 개설비용을 총 2억8950만원으로 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사진=이승희 킨더젠 대표

계약서 보니 현대백화점 주장 사실 아냐

3억원가량의 투자비용과 관련해서는 현대백화점 측의 반박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표가 보내온 가맹점 개설 계약서에는 계약금 1억원, 중도금 1억4000만원, 잔금 4950만원 등 점포개설에 들어간 비용이 2억8950만원이라는 점이 명시돼 있었다.

지난해 ‘면세점 대전’에서 고배를 마신바 있는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사업지로 낙점하고 오는 12월 결정 예정인 서울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노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최근 서울 시내 면세점이 강북에 쏠려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다. 또한 인근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 대규모 개발계획과의 시너지 효과도 노려볼만 하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 4월 서울 시내면세점을 4곳(대기업 3곳) 추가하기로 결정, 지난 5월 공고를 냈다. 특허신청 접수기간은 10월 4일까지이며 2개월간 심사를 거쳐 12월 초·중순이면 최종 사업자가 결정된다.

심의기준은 총 1000점 가운데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250점) ▲운영인의 경영 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이다.

임대차보호법, 백화점 등 대형점포 제외
키즈카페 측 조정진청에 백화점 ‘묵묵부답’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키즈카페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평가 기준 중 하나인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150점)의 세부 평가 항목인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 정도’(70점)에서 감점을 받을 우려가 있다.

관세청은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 정도’에서 ▲상생협력 등 정부의 우수기업 인증 ▲중소·중견기업과의 공정거래 및 협력관계 개선 ▲공정거래를 위한 노력 정도 ▲제품공급자에 대한 기술지원, 유통협력, 대금지급 조건 개선 등 ▲기타 면세점 운영자와의 협력관계 형성 등을 평가한다.

이 대표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정 의뢰를 신청한 상태다. 다만 현대백화점 측이 조정에 대한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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