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신용융자 잔고 4.4조, ‘역대 최고’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신혜정 기자]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고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코스닥시장에서 한 달 넘게 이 금액이 4조원 넘게 유지되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동안 신용융자 잔고 증가는 주식시장의 ‘버블’ 징후로 해석돼 왔다. 신용 잔고가 높은 종목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주가 하락 시 손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주가 상승 시 보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고는 유가증권 시장이 3조3000억원 대, 코스닥 시장이 4조4000억원 대로 8조원에 다가서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최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스닥시장에서 신용융자는 지난달부터 한 달 넘게 4조원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액이 평균 3조520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신용융자는 투자자들로부터 일정한 증거금을 받고 주식거래의 결제를 위해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통상 향후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다.

◆신용융자 많은 종목은?

실제 신용융자 잔액이 증가하는 시기는 코스닥지수가 700선을 돌파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 6월 24일 코스닥지수는 647.16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난 7월 13일 700선을 돌파했다. 이후 코스닥지수는 연일 700선을 웃돌면서 상승세를 보였다.

신용융자는 하락장에서 매도 매물이 쏟아지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 담보유지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당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신용융자 비율 높은 종목, 투자 주의해야
“상승장에서 나타난 일반적 현상” 진단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신용융자 잔고가 시가총액 대비 10% 이상을 웃도는 기업은 ▲영우디에스피 16.6% ▲피엔티 14.6% ▲파인텍 11.9% ▲와이엠씨 11.1% ▲제이스텍 11.0% ▲넥스턴 11.0% ▲AP시스템 10.7% ▲다날 10.7% ▲에스엠코어 10.7% ▲대아티아이 10.6% ▲베셀 10.4% ▲유지인트10.4% ▲케이엘넷 10.3% ▲화일약품 10.2% ▲알파칩스 10.1% 등이다.

이밖에 ▲빅텍 ▲세미콘라이트 ▲좋은사람들 ▲로체시스템즈 ▲KJ프리텍 ▲홈캐스트 등 16개사도 잔고비율이 9% 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 달간 ▲피엔티 ▲파인텍 ▲영우디에스피 ▲와이엠씨 ▲다날 ▲이녹스 ▲넥스턴 ▲오텍 등의 종목은 신용융자 잔고 비율이 5% 넘게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려할 수준 아냐” 목소리도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7월 이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강한 데다 저금리·저성장 환경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신용융자는 주가 상승기에는 늘고, 주가 하락기에는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지난 7월 이후 코스피는 물론 코스닥지수가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가 상승을 예상할 때 수익률을 최대화시키는 레버리지 개념으로 신용융자를 활용한다”며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이 강화되면서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대감이 약화되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 현재는 증시에 충격을 줄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해석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그동안 신용융자 증가는 버블의 단초로 해석됐지만 지금은 버블의 징후로 보기에는 매크로 환경이 변했다”며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로 돌아오는 과정의 하나”라고 진단했다.

이어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를 고려하면 사실상 제로, 마이너스금리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미래 성장 기술이나 산업 이슈, 테마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증시로 돌아오는 과정”이라며 “다만 종목별로 수급 구성을 봤을 때 신용 비중이 높으면 수급 악재가 현실화될 때 꼬일 수 있으므로 옥석 가리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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