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매력…거칠지만 빠져든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둥글고 세련된 이미지의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들 사이에서 투박한 ‘상남자’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차량이 있다. 바로 ‘정통 SUV’의 계보를 있는 지프(Jeep) 랭글러 루비콘이 그 주인공이다.
과거 한국에서는 SUV를 ‘짚차’라고 부를 만큼 완성차업계에서 지프 브랜드는 SUV의 명가로 통한다. 그 중 랭글러는 지프의 여러 차 중에서도 가장 SUV의 정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모델로 오프로드 매니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랭글러의 외관은 거리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번쯤 돌아보게 만들 정도로 튀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보닛은 넓고 길며 바퀴는 지나칠 만큼 거대하다. 키로 열 수 있는 주유구와 동그란 모양의 전구 등 아날로그적인 부분도 곳곳에 보인다. 또 공기저항계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각진 모양 덕분에 디젤차임에도 리터당 9.2㎞라는 낮은 연비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부로 들어오면 압도적인 외관 디자인이 무색해질 만큼 좁고 소박한 인테리어가 운전자를 반긴다. 의자는 수동으로 조작해야 조절이 가능하다.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된 앞좌석과 달리 뒷자석은 국내 준‧중형 세단보다 좁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같은 요소들이 랭글러 루비콘의 단점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투박함과 아날로그 감성이야 말로 랭글러의 매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일반 도로의 가속 성능은 생각보다 좋았다. 5단 자동변속기에 더해진 구간별 사륜구동 방식은 안정적인 온로드 주행을 선사했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묵직한 스티어링휠(핸들) 조향감은 신뢰를 줬다. 다만 장거리 주행을 할 경우 육체적 피로는 어느 정도 감당할 각오로 운전에 임해야 한다. 오프로드 주행 안전을 위해 바퀴 구동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선 조향 보조 장치 움직임도 제한적인 탓에 좁은 공간 주차 시 핸들 조작도 어려웠다.
SUV 꽃인 4륜 구동을 작동 시키면 루비콘의 진가를 볼 수 있다. 배기량 2766cc, 최고 출력 200마력, 최대 토크 46.9kg.m의 힘을 발휘하는 터보엔진에서 전해오는 힘은 높은 산길도 거침없이 올라갔다.
외부 소음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탈착이 가능한 플라스틱 천정과 드러나 있는 도어 체결 부위 얇은 문의 두께에도 엔진음을 제외한 나머지 소리는 실내로 들어오지 않았다.
랭글러 루비콘은 개성이 확실한 만큼 호불호도 크게 갈리는 차량이다. 거칠고 투박한 매력에 반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세단에 익숙해져 도저히 불편해 못 타겠다는 사람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차에서 내리는 순간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짜릿한 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