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우진 기자] 이탈리아 중부 지방을 강타한 지진의 진앙지에서 멀지 않은 아쿠아산타 테르메 마을의 폐허 속에서 웨딩마치가 울려 퍼졌다.

29일 CNN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신부 마르티나 아다지와 신랑 라몬은 이날 아쿠아산타 테르메 마을 광장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결혼식을 계획했다. 신랑 라몬은 인터뷰에서 “성당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내에게 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리자고 했다.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한다. 나는 이곳 사람들을 사랑한다. 내가 왜 다른 도시에서 결혼식을 올려야 하나?”라고 말했다.

신랑과 신부는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던 성당이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에 크게 상심했다. 성당의 제단은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로 뒤덮여 있었고, 성당 벽은 쩍쩍 금이 가 있었다. 16세기 프레스코 벽화도 산산조각으로 흩어져 있었다. 도저히 결혼식 장소로 사용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여진도 계속되고 있었지만 그들은 푸른 마르체 산맥과 폐허로 변한 마을을 배경으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291명의 목숨을 앗아간 폐허 속에서 경쾌한 웨딩마치가 울려 퍼졌다. 어떤 재앙 속에서도 삶은 꿋꿋하고 아름답게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아다지는 “물론 걱정도 되고 불안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더 많은 문제를 만들어 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했고 환영을 해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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