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우진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범은 인간이 아니다”라며 대규모 마약범 처단을 정당화했다.

29일 AF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유엔이 필리핀의 마약범 처단에 대해 지나치다고 비난한 것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5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2000명에 가까운 마약사범들이 사살됐다.

그는 필리핀 군 기지를 방문해 “(마약범 처단이)인도주의적 범죄라고?”라고 되물으며 “우리는 솔직해져야 한다. 우선 그들(마약범)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정의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말했다.

또 “인권이라고? 머리가 제대로 있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맥락에서 그러한 말(인권)을 사용해야 한다.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서 전쟁을 치를 수는 없다. 많은 마약범들은 이미 갱생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라고 덧붙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포함한 유엔 관리들은 필리핀이 법적 권한을 넘어서 마약범들을 과도하게 처단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번달 초 아그네스 칼라마드 유엔 특별보고관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처단 지시는 국제법에 어긋나는 범죄 행위라고 비난했다.

필리핀 지도자의 마약범에 대한 지나친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로널드 델라 로사 필리핀 경찰총장은 마약 사용자들에게 마약 판매상을 쏘아 죽이고 판매상들의 집을 불태우라고 촉구해 물의를 빚었다. 이후 로사 총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를 두둔했다.

71살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이 마약 천국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만 명의 마약사범들을 처단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지난 5월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경찰이 마약범 사살로 기소된다 해도 경찰을 보호할 것이라고 다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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