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인이 꿈꾸던 미래,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 고스락 항아리공원. 사진=여행작가 서영진
세계유산을 간직한 도시에 닿는다는 것은 설렘이다. 뜨거운 햇살 속 광활한 터를 홀로 걷더라도 그곳에 세계유산의 온기가 서렸음에 가슴이 충만하다.

익산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을 품은 도시다. 익산 관광지를 안내하는 팸플릿에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라는 수식어가 큼지막하게 적혔다. ‘교통의 요지’, ‘보석의 도시’ 등 그동안 익산을 상징하던 수식어는 기쁜 마음으로 ‘세계유산 도시’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에 그 자리를 내줘도 될 듯하다.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인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은 세계유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숨겨진 독창성과 역사적 가치

익산은 백제역사유적지구의 한 축을 차지하면서도 공주, 부여의 이름값에 밀려 늘 뒷전에 있었다. ‘세계유산 다시 즐기기’는 외면 받던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살펴보는 것으로 의미를 찾는다.

익산, 공주, 부여를 아우르는 백제역사유적지구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주변국과 교류를 통해 문화적 발전이 절정에 이른 백제 후기를 대표하는 유산이다. 건축 기술, 예술, 종교 등 백제 후기 문화적 독창성과 역사적 가치 등을 짚어보는 게 익산 세계유산 여행에서 곱씹어야 할 내용이다.

유년 시절을 익산에서 보낸 주민들에게는 이곳 유적이 세계적인 조명을 받는 상황이 익숙지 않다. 어릴 적 소풍 장소나 놀이터로 기억하는 언덕과 탑이 번듯한 모습으로 변신 중이다.

▲ 미륵사지 동탑. 사진여행작가 서영진

금마면 익산 미륵사지(사적 150호) 입구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알리는 큼지막한 인증서 석비가 있다. 미륵사지는 백제 최대 사찰 터로 알려진 곳이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은 무왕 때 건립된 국내 최대 석탑이다. 미륵사지는 ‘서동요’, 선화공주와 순애보로 알려진 무왕의 깊은 불심, 백제 문화의 융성을 담아낸 곳이다.

규모나 사연에서 백제의 전성기를 엿보기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미륵사지는 3금당 3탑의 가람 배치가 유일하고 독특하다. 절터에는 영화로웠을 당시의 흔적이 천년 세월의 돌덩이들과 함께 온기를 더한다.

서탑인 미륵사지 석탑은 해체 후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체 9층으로 추정되는 석탑은 6층까지 남아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시멘트로 덕지덕지 보수된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해체 작업을 할 때 석탑 중앙에서 금제 사리장엄구와 사리봉안기가 발견됐다. 사리봉안기에는 백제 왕후가 미륵사를 창건하고 탑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서탑의 복원 과정은 참관할 수 있다.

미륵사지에는 1990년대 초반 복원된 동탑과 익산 미륵사지 당간지주(보물 236호) 등이 있다. 동탑에는 사찰 터에 남은 옛 돌의 흔적이 군데군데 보인다. 당간지주 역시 미륵사지의 독특한 가람 배치를 대변한다.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 가면 익산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유물 1만 9000여 점을 통해 미륵사의 역사와 문화를 그려볼 수 있다. 복원 작업 전의 미륵사지 석탑이나 발굴 작업을 통해 번성한 시절 미륵사의 모습을 추정한 모형도 눈길을 끈다.

광활한 절터를 거닐며 ‘미륵이 설법을 통해 중생을 구한다’는 당시 불교의 뜻을 되새기는 것도 세계유산을 알현하는 색다른 방법이다.

▲ 성당교도소세트장 내부. 사진=여행작가 서영진

왕궁면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 408호)은 백제의 궁궐터로 추정되는 곳이다. 지역 이름도 예전부터 ‘왕궁리’다. 왕궁리 유적은 무왕 때 부여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왕궁을 지었고, 백제가 멸망한 뒤 사찰을 건립한 이력이 있다.

동서 250m, 남북 500m 왕궁 터에서 유물 1만여 점이 나왔으며, 현재도 발굴 조사 중이다. 왕궁 터는 반듯한 직사각형이다. 백제 최고의 정원 유적, 금을 가공하던 공방 터, 왕궁의 담장 등이 왕궁 터였음을 방증한다.

왕궁리유적전시관에 있는 유물을 보면 더욱 흥미롭다. 삼국시대 최초이자 최대로 추정되는 화장실 유적과 용변을 보던 변기형 토기, 수도였음을 방증하는 ‘수부(首府)’라고 새겨진 기와, 금과 유리 세공품 등이 이채롭다. 왕궁리 유적 한가운데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국보 289호)이 외롭게 터를 지킨다.

◆정취를 더하는 고즈넉한 가을 풍경

세계유산에 심취한 뒤 만나는 익산의 관광지는 백제 문화의 흔적이 깃들어 더욱 친근감이 든다. 왕궁리 유적 인근에 자리한 보석박물관은 보석과 원석 11만여점이 전시된 국내 유일한 보석 박물관이다.

백제 유물을 보석으로 재현한 작품이 아름답고, 옛 백제 장인의 DNA가 현재의 세공 기술에 전이된 듯해 더욱 애정이 느껴진다. 금마저수지를 끼고 다양한 조각 작품이 있는 서동공원에는 선사시대부터 마한까지 유물을 전시한 마한관이 들어섰다.

▲ 두동교회 구본당. 사진=여행작가 서영진

금강으로 연결되는 익산의 서북쪽은 한적한 시골의 모습이다. 1929년 ‘ㄱ’ 자형으로 건립된 성당면 두동교회는 남녀유별 풍습과 서까래, 목조 바닥 등이 고스란히 보존되었다. 인근 성당교도소세트장은 폐교를 활용한 전국에서 유일한 교도소 세트로, 영화 ‘홀리데이’, ‘7번방의 선물’, ‘내부자들’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함라마을에는 익산의 부자들이 살던 고택과 옛 담장이 남아 정취를 더한다. 함열읍 고스락에 가면 3500여개 항아리에서 장이 익어가는 고즈넉한 가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동물 농장 체험이 가능한 액션하우스, 금강 변에 자리한 성당포구마을도 가족과 함께 둘러볼 만한 장소다.

글, 사진 : 서영진 여행작가

〈당일 여행 코스〉
익산 미륵사지→익산 왕궁리 유적→보석박물관→서동공원→두동교회→성당교도소세트장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익산 미륵사지→익산 왕궁리 유적→보석박물관→서동공원→두동교회→성당포구마을
둘째 날 / 함라마을→성당교도소세트장→고스락→액션하우스→웅포관광지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익산시 문화관광 www.iksan.go.kr/tour/index.iksan
-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 http://iksan.museum.go.kr
- 왕궁리유적전시관 www.iksan.go.kr/wg
- 보석박물관 www.jewelmuseum.go.kr

○ 문의 전화
- 익산시청 문화관광과 063)859-5797
- 미륵사지관광안내소 063)832-0059
- 왕궁리유적전시관 063)859-4631
- 보석박물관 063)859-4641
- 성당교도소세트장 063)859-3836

○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익산역, KTX 하루 40여 회(05:20~22:15) 운행, 1시간 20분~2시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익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8회(05:30~22:3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익산고속버스터미널 063)855-0345

○ 자가운전 정보
호남고속도로 익산 IC→우측 무왕로(지방도 720호선)→금마사거리→금마면 소재지→익산 미륵사지

○ 숙박 정보
- (주)왕궁온천 : 왕궁면 온천길, 063)291-5000, www.wgspa.co.kr (굿스테이)
- 성당포구마을 : 성당면 성당로, 063)862-3918, http://sungdang.go2vil.org
- 미륵산자연학교 : 삼기면 죽청길, 063)858-2580, www.mireuksan.com

○ 식당 정보
- 뚜부카페 : 두부전골, 금마면 고도길, 063)833-1088, www.뚜부카페.kr
- 함라산황토가든 : 오리주물럭, 함라면 백제로, 063)856-3399
- 미륵산순두부 : 순두부백반, 금마면 미륵사지로, 063)836-8919

○ 주변 볼거리
입점리고분전시관, 익산 쌍릉, 숭림사, 나바위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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