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전쟁 뒤 기다리는 것은 줄 서기 전쟁

▲ 개관 후 첫 일요일을 맞은 지난 11일 오후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스타필드하남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쇼핑천국’을 외치며 야심차게 오픈한 스타필드 하남이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연일 거대한 인파로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고 있는 것. 정 부회장이 그랜드 오픈 기념식이 끝난 후 “아직까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걱정이다”고 말했던 부분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추석 연휴, 넉넉한 한가위를 보내기 위해 스타필드를 찾은 사람들은 최악의 경험을 해야했다. 스타필드로 통하는 하남 미사대로는 귀성길보다 더 심한 혼잡을 빚었고 인근 신장동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이 돼버렸다.

25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경기 하남시에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에 정식 개장 첫날 13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시작해 지난 18일까지 모두 150만7000명이 방문했다. 사전 개장 기간이었던 5~8일 방문객 24만명을 포함하면 모두 174만7000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17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용진 오픈식에서 “우려된다”

스타필드 관계자는 “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 덕분에 서울·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 등 많은 인파가 몰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인 쇼핑 테마파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스타필드는 2013년 11월 착공 때부터 화제가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쇼핑몰’을 만들겠다며 미국 터브먼사와 합작해 축구장 70개 크기(연면적 46만㎡)의 국내 최대 규모 복합 쇼핑몰을 탄생시켰다. 쇼핑몰에는 신세계백화점, 창고형 할인매장 크레이더스, 가전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 프리미엄 슈퍼마켓 PK마켓, 스포츠 놀이 문화 공간 스포츠몬스터 등 다양한 매장이 입점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9일 그랜드오픈식에서 “스타필드 하남이 대한민국의 자랑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며, 터브먼 터브먼가 회장은 “66년간 쌓아온 터브먼의 모든 역량을 스타필드 하남에 쏟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이날 기념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5년동안 엄청난 연구와 고민의 결정체인 스타필드 하남이 고객과 협력업체에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떨리고 겁이 난다”며 “아직까지 생각만큼 (완벽하게) 나오지 않아서 그 부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 중”이라고 우려했다.

3일 뒤인 지난 11일 정 부회장은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스타필드 하남 그랜드 오프닝, 감사합니다”며 “얼마나 좋은 첫 인상을 남겼을지 많이 궁금하군요. 그간 열심히 준비한 내용에 대해 성적표를 받을 시점이 됐다고 생각하니 저 역시 겁이 나고 한편으로는 흥분도 됩니다”는 소감을 남겼다.

거대한 인파…교통 체증 극심
개장 후 열흘간 150만명 방문

이와 함께 그는 “저도 스타필드 하남을 한 번 더 꼼꼼하게 돌아봤는데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제 눈에는 만족스러운 부분보다 부족한 부분들이 먼저 보이더군요. 매번 새로운 결과물을 내 놓을 때마가 아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며 “너그러운 칭찬부터 매서운 질책까지 여러분께서 솔직한 의견들을 활발하게 들려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스타필드 하남은 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해답을 찾으며,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칭찬은 적었다. 대부분의 쇼핑객들은 불만을 늘어놓았다. 이후 정 부회장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스타필드? ‘주차필드’

쇼핑객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주차 문제다.

쇼핑객이 몰리면서 스타필드 인근은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스타필드에 관해 “주차하다 2시간, 밥 먹다가 2시간”, “사람이 너무 많다”, “운 좋게 주차해도 나가는 게 문제다” 등 쇼핑객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사대로변은 물론, 인근에 위치한 창우초등학교, 신장중학교, 공원, 상가, 아파트단지 등 부주변 도로 역시 스타필드에 진입하려는 차량과 도로변 불법주차를 시도하는 차량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다. 각 아파트 단지는 불법 주차 차량을 견인하겠다는 안내판을 붙이고 경비원들이 나서 주차 관리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 개관 후 첫 일요일을 맞은 지난 11일 오후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스타필드하남 앞 도로가 방문차량으로 가득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론 스타필드는 실내·외 합쳐 6200대가 동시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국내 최대 규모의 주차장을 자랑한다. 이는 잠실 롯데월드몰(2756대), 코엑스몰(4700대) 등 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이마저도 무용지물이었다. 5600대 규모의 지하 주차장은 주차 관리와 출차·입차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주차장 위치나 진·출입로로 향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판도 적었다.

긴 인고의 시간 끝에 주차를 마쳤다면 다음에는 줄 서기 전쟁을 치러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는 타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고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도 줄을 서야 한다. 특히 음식점이 몰려 있는 지하 1층 지역 맛집 식당가 ‘마켓로거스’와 3층 식당가 ‘잇토피아’ 등은 각 음식점마다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음식을 주문하고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예상보다 많은 인파로 인해 식당의 재료가 떨어지면서 조기에 영업을 종료하는 진풍경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추석 연휴기간 스타필드를 찾았다가 주차공간을 찾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는 김모씨는 “가족들과 풍성한 연휴를 즐기기 위해 왔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돌아와야 했다”며 “제대로 준비도 안하고 문 여는 데만 급급했던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모씨는 “속칭 ‘오픈발’이라는 것 때문에 초기에 사람이 많이 몰려 혼잡한 것은 이해하지만 그에 대한 쇼핑몰 측의 안내가 부족한 것 같다”며 “신세계와 하남시가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하고 사태해결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새누리당 이현재 국회의원(경기하남)도 “스타필드 하남이 하남시민에게 실질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며 하남시 시장권한대행, 경찰서장, 스타필드 하남 대표이사, LH 등 관련기관에 조속한 교통체계 정비를 통해 교통정체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 할 것을 촉구했다.

◆교통 체증 상당기간 지속될 듯

신세계는 현재 하남시와 협심해 스타필드 주차장 유료화와 내비게이션 업그레이드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내비게이션 업그레이드는 기기가 기존 도로를 안내하면서 시청사 주변 등 도심까지 정체가 확산됐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로는 교통난 해소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대중교통 여건 때문이다.

스타필드를 찾으려는 쇼핑객들은 대중교통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스타필드까지 가는 지하철은 없다.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인 ‘미사역’이 2년 뒤 예정돼 있지만 스타필드까지 5km가량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다. ‘풍산-덕풍-시청-검단산’으로 이어지는 연장선은 202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열악한 접근성에 곳곳 불만 속출
신세계·하남시, 교통대책 마련 중

버스 노선도 광역버스 노선 2개뿐이다. 잠실역과 강남역으로 연결되는 9302번과 9303번인데 이마저도 배차간격이 8~20분이다.

대중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신세계는 전세버스 10대를 임차, 미사강변도시에서 왕복 1.5km 정도를 임시 운행 중이다. 그러나 2001년 이후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이 전면 금지된 상태에서 9월 9~18일에 이어 오는 10월 3일까지 주말과 휴일에만 운행하는 한시 수단일 뿐이다.

신세계와 하남시 측은 “개장 효과가 줄어드는 10월 중순이면 어느 정도 교통난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지만, 유아를 동반한 가족단위 고객이 대부분이라는 점과 내부에 장시간 머물러야 하는 시설이 많다는 점 등 때문에 교통 체증 문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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