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 결제비율 10~50% 한정…유효기간 지나면 카드사 수익돼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금융당국이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위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카드 포인트의 사용비율 제한을 폐지하기로 하자 현대카드가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하게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부담을 느낀 가맹점이 포인트를 받지 않게 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미 사용 제한이 없는 카드사들도 있으며 유효기간이 지나 카드사 수익으로 떨어진 포인트 소멸액이 매년 1000억원을 넘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더욱이 현대카드는 지난 3년간 소멸액으로 8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내, 반대 입장이 군색한 실정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카드사의 불합리한 영업관행 개선방안’에 포함된 카드 포인트 사용비율 제한 관행 개선안이 발표됐다.

카드 포인트는 온·오프라인 결제 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 같은 것으로, 카드 이용실적이나 특정 상품 가입 등 카드사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했을 때 적립 받을 수 있다.

카드 이용이 보편화되고 카드 가맹점들이 늘어나면서 포인트가 고객을 끌어 모으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 됐지만, 실상 포인트 사용이 어렵거나 불편하다는 불만이 많았다.

실제로 국내 카드사 8곳 중 5곳이 소비자 포인트 사용비율을 10~50%로 제한하고 있었다. 예컨대 음식점에서 식사비 3만원을 포인트로 결제하려고 하면 1만5000원만 포인트로 처리되고 나머지는 현금이나 카드 재결제를 해야 하는 식이다.

카드 포인트 결제 건수와 금액 현황을 보면 포인트 사용비율 제한 실태는 더욱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포인트 사용비율을 제한하는 카드사 5곳의 지난해 전체 포인트 결제건 1억3000만건 중 사용제한 결제건수는 8918건으로 68.3%에 달했다.

같은기간 전체 포인트 결제금액 7566억원 중 사용제한 결제금액은 4411억원으로 58.3%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개선안을 통해 내년부터 출시되는 신규 카드에 대해서는 소비자 포인트 사용비율 제한을 폐지토록 했다. 구체적 시행 시기는 카드사마다 포인트 운영체계가 다른 것을 감안해 자율 결정하도록 했다.

또 기존 상품에 대해서도 자율적으로 포인트 사용비율 제한을 없애도록 권고했다. 포인트와 상품권 간 교환 등 포인트 사용 비율 제한이 부득이하게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한 고지를 통해 소비자가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했다.

◆현대카드, 나홀로 반발 이유는?

하지만 이같은 개선안에 대해 다른 7개 카드사들은 모두 동의한 반면 현대카드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포인트 사용비율 제한을 풀면 카드사와 가맹점 부담이 크게 늘며 결과적으로 소비자 혜택도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포인트 결제 비용은 카드사와 가맹점이 함께 분담하는 구조인데, 포인트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면 비용이 늘어나면서 포인트 마케팅에 참여하는 가맹점이 줄어들 테고 종국에는 포인트를 받아주는 가맹점 수 자체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현대카드에는 M포인트 마케팅을 펼치며 대형 가맹점을 다수 확보하고 포인트 시장의 강자가 된 배경도 있어, 개선안에 따른 타격이 클 것을 고려해 반대하고 있다는 업계 시각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 중 포인트 마케팅을 가장 활발히 하는 곳이 현대카드다. 때문에 이번 개선안이 시행되면 가장 타격이 크다는 면에서 반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포인트는 결국 카드 소비자의 정당한 자산이며, 이미 포인트 사용비율 제한이 아예 없는 카드사들도 있어 현대카드의 변명은 궁색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 롯데카드는 포인트 사용비율 제한이 아예 없다”며 “포인트는 소비자들의 자산인 만큼 원활히 사용될 수 있도록 개선안은 그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포인트 사용비율 제한이 사라지면 쌓이기만 하다가 매년 끝내 쓰이지 못하고 사라지는 1000억대 수준의 포인트 소멸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아래 표 참조)

포인트를 사용할 때마다 적립양만큼 바로 쓸 수 있으면 다음 포인트 결제 때까지 기다리거나 그새 포인트 사용을 잊고 지나갈 일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멸된 신용카드 포인트는 총 3460억원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포인트 소멸액은 ▲2013년 1157억원 ▲2014년 1141억원 ▲2015년 1162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이번달까지 또 800억원 안팎의 포인트 소멸액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인트 소멸액은 소비자들이 쌓아놓고 유효기간이 지나기 전에 쓰지 못해 결국 카드사의 ‘낙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유효기간이 없는 롯데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들은 모두 5년의 유효기간을 두고 있다.

즉 소비자가 누려야 할 자산이 일정기간이 지나면 카드사 수익으로 넘어가버리고 만다는 얘기다.

▲ 2013~2015년 중 연도별 카드사 포인트 소멸 현황 표. 출처=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현대카드, 포인트 낙전 수입 '짭짤'

특기할 만한 점은 포인트 사용비율 제한 폐기를 홀로 반대한 현대카드가 3년간 낙전 ‘재미’를 가장 크게 봤다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2013년부터 3년간 포인트 소멸액으로 827억원이나 벌어들여 업계 1위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신한카드와 함께 단 두 곳만 전년 대비 포인트 소멸액이 증가했으며, 2015년 소멸액 규모 자체(359억원)도 업계 선두를 달렸다.

현대카드 외 2013~2015년 카드사별 포인트 소멸액 총합과 지난해 포인트 소멸액은 ▲삼성카드 761억원·227억원 ▲신한카드 656억원·225억원 ▲우리카드 344억원·82억원 ▲KB국민카드 318억원·94억원 ▲롯데카드 230억원·78억원 ▲하나카드 176억원·59억원 ▲비씨카드 145억원·38억원 등 순으로 집계됐다.

현대카드가 적극적인 포인트 마케팅으로 고객 확보활동을 벌이면서 동시에 짭짤한 수익도 얻은 모양새다.

개선안이 적용되면 현대카드가 그동안 얻어온 포인트 수익은 줄어들 확률이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쓰지 못 하고 사라진 포인트 소멸액이 매년 1000억원이 넘고 2013년부터 3년간 소멸된 포인트는 3400억원이 넘는다”며 “개선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현대카드를 비롯해 카드사들의 포인트 소멸액 규모는 줄고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포인트 사용비율 제한 개선안은 이런 부분도 고려해서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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