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고공행진’ 뒤 불어나는 대출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실적 쾌속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성적 뒤에는 ‘가계 빚’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가계를 중심으로 대출을 급속히 늘리면서, 이에 따르는 이자이익도 함께 불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 빚 속에서 은행들은 미소를 지은 셈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올해 3분기(누계기준) 영업이익은 1조4793억원으로 56.2%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1조1650억원으로 20.9% 늘었다.

신한은행의 영업이익 역시 1조5825억원으로 11.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조5117억원으로 20.7% 늘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영업이익은 1조3892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1172억원으로 각각 43.4%, 30.8% 늘었다.

이같은 국내 주요 은행들의 눈에 띄는 실적 개선 뒤에는 급증하고 있는 대출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내출 대출 규모는 올해 들어 각각 11조원, 10조원, 5조원 넘게 늘었다.

KB국민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원화대출금은 21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207조3000억원) 대비 11조2000억원 급증했다. 신한은행의 원화대출금 역시 같은기간 176조8100억원에서 187조4380억원으로 10조6280억원 늘었다. 우리은행의 원화대출금은 185조2000억원에서 191조원으로 5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은행들의 대출 증가의 중심에는 가계대출이 자리하고 있었다. 은행들이 기업보다는 가계를 중심으로 대출을 늘린 결과다.

KB국민은행의 가계에 내준 대출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21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15조3000억원) 보다 6조2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역시 같은기간 88조850억원에서 95조540억원으로 6조9690억원 늘었다. 우리은행은 92조2570억원에서 99조3140억원으로 7조570억원 급증했다.

기업 대상 대출도 늘기는 했지만 가계대출 증가폭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이 기간 기업 대출은 KB국민은행이 92조원에서 97조원으로, 신한은행이 88조7250억원에서 92조3840억원으로 각각 5조원, 3조6590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113조4820억원에서 111조6140억원으로 오히려 1조8680억원 줄었다.

이같은 은행들의 대출을 바탕으로 이들을 거느리고 있는 금융지주들의 이자이익은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신한금융지주의 올해 1~3분기 이자이익은 5조3128억원으로 전년동기(4조9637억원) 대비 3491억원 증가했다. KB금융지주의 이자이익도 4조6517억원을 기록하며 같은기간(4조6371억원) 대비 146억원 늘었다.

금융지주사가 없는 우리은행의 이자이익도 같은기간 3조5180억원에서 3조7450억원으로 227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 하락은 불가피했지만, 이자 부담 감소에 따른 연체율 하락과 대출 증가 등이 은행 실적에 긍정적으로 반영됐다”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 등으로 앞으로는 대출자산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미국이 오는 12월에 예상대로 금리를 올린다면 국내 금리도 동반 상승하면서 은행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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