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지난 9월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퇴근했지만 청사와 인접해 있는 식당가는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시행 후 법인카드로 밥값과 술값을 계산한 금액과 건수는 줄었지만 개인 소비는 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향응 접대는 줄었지만 ‘더치페이’ 문화는 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와, 민간 소비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따른다.

NH농협카드가 23일 김영란법 시행 전후의 카드 이용금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농협카드는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일주일간(9월 28일~10월 4일)과 한 달 전 일주일간(8월 28일~9월 3일) ▲한식 ▲일식(횟집 포함) ▲중식 ▲양식 ▲일반주점 등 5개 업종의 이용패턴을 비교했다.

그 결과 법인카드는 결제금액과 이용건수 모두 줄었다. 평균 결제금액은 김영란법 시행 전 6만732원에서 시행 후 5만7087원으로 6% 가량 감소했다. 특히 고급 음식적인 일식집의 평균 이용금액이 9만6450원에서 8만7600원으로 1만원 가까이 줄었다. 이용건수는 시행 전 대비 약 7% 감소했다.

그러나 개인카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건당 이용금액은 3만7618원에서 3만8316원으로 2% 증가하는데 그쳤고 이용건수는 시행 전과 같았다.

더욱이 김영란법이 적용되기 직전 일주일간은 되레 이용건수가 6% 줄기도 했다.

김영란법 시행 후 법인 지출은 줄었지만 개인 소비는 늘어나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로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않는 가액 범위를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정했다.

정부가 일종의 한도(상한선)를 정하자 해당 금액이 ‘표준 금액’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전보다 더치페이가 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상한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식사 자리를 잡고 있다”며 “더치페이보다 식사를 대접하면 상대방은 다과나 음료를 사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더치페이는 하나의 문화인데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서 쉽게 확산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김영란법이 끼치는 사회경제적 영향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민간 소비만 주춤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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