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 총회 현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은성 기자] 2017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가 오는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한 달여 간의 대장정에 오른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치러지는 첫 예산안 심사인 만큼 새누리당의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오는 25일 예산안에 대한 공청회를 연 뒤 26~28일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대상으로 종합정책질의를 벌인다고 23일 밝혔다. 각 상임위도 오는 25일부터 소관 부처의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는 부처들에 대한 예산안 심사를 진행한 뒤 7일부터는 예결위 소위 활동에 돌입한다. 이후 11월 30일 전체회의에서 의결, 예산안 법정 시한인 12월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원칙적 일정이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 심의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치러지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정부여당과 야당 간 기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국회법 개정 이후 지난 2년간 예산안은 법정시한인 12월 2일 처리됐다. 국회법 개정 이전에는 12월 31일 자정을 전후로 가까스로 통과돼 왔다.

과거 ‘여대야소’ 국면에서는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이 되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면서 야당이 정부·여당의 의사가 많이 반영된 수정안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소야대 국면인 만큼 야당이 정부 원안을 표결로 부결시킬 수도 있다.

특히 법인세 인상 문제를 둘러싸고 예산 부수법안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격해질 전망이다. 두 야당은 법인세 인상 내용이 담긴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 예산 부수법안으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은 이를 저지하고 정부가 제출하겠다는 예산 부수법안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부수법안 지정권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이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움직일 지는 미지수다.

이미 정 의장은 “법인세는 세수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여서 관련 법안이 부수법안 지정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해당 법안은 예결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이 진행될 수 있다. 여소야대 국면이기에 이 경우 야권이 표결을 통해 법인세 인상을 이뤄낼 수 있다.

새누리당과 정 의장은 지난 20대 첫 정기국회 개회사,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사태 때도 충돌을 일으킨 만큼 이번 예산안 정국에서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누리과정 예산 역시 이번 예산안 정국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여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올해보다 11.4% 늘어나 누리과정 재원에 부족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현행 내국세의 20.27%인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여야가 예산안 정국에서 법인세와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충돌할 조짐이지만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다르다. 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를 놓고 여당은 정세균 의장이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고 강력 항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최순실 씨 의혹 문제로 여권이 전체적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특히 최씨 모녀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며 국민적 공분을 사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새누리당 친박 비박의 완벽한 협력체제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비박진영이 최씨 모녀와 우병우 수석에 대한 문제를 고리로 친박지도부와 다른 방향에 설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야권을 상대로한 단일대오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야의 정치행태를 받쳐주는 국민적 지지 부분도 문제다. 김 장관 해임안 처리 과정에서는 진보와 보수진영이 여야로 갈려 찬반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최씨 사건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보수진영에서 온전히 새누리당에 힘을 실어줄 것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여러모로 여권이 위축된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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