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러닝타임이 90분이든 120분이든 모든 영화는 결말이 있습니다. 권선징악, 사필귀정, 유비무환, 근묵자흑 등 교훈도 있습니다.

그러나 1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는 결말도 교훈도 없었습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국민들을 대신해 각종 의혹에 대한 질의를 쏟아냈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 9인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질타를 받고 있는 인물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입니다. ‘이재용 청문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58개의 질의 중 43개가 이 부회장을 향했고, 그탓에 이 부회장의 행동 하나하나가 전국에 생중계됐습니다. 그가 청문회 간간히 입술에 바른 2300원짜리 ‘립밤’까지 관심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이 부회장의 강점 중 하나는 ‘겸손’입니다.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겸손을 몸에 익혔다고 합니다. 설정이든 아니었든 청문회에서도 이 부회장은 줄곧 낮은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절 꾸짖어 주십시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그를 지켜본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이 부회장은 ‘송구재용’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많이 ‘송구’했지만 정작 각종 의혹에 대해선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며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간중간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최대한 느리게 ‘음…’, ‘아…’, ‘저…’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그를 지켜보는 국민들을 답답하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혹시나하며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하염없이 가슴을 내리쳐야 했습니다.

의혹에 대한 규명은 특검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이달 말부터 진행되는 특검에서는 철저한 수사에 따른 진실 규명으로 답답한 국민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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