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재무통’ 무색…실적 부진 책임론 부상

▲ 현대파라이프생명 로고(좌).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이주혁 현대라이프생명 대표가 최근 연임 3개월만에 돌연사퇴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현대자동차그룹 금융계열사 ‘재무통’으로 통할만큼 명성이 자자했던 인물로 갑작스런 사퇴배경에 수백억대 적자와 부실자산비율 등 부실경영에 대한 문책성 결과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주혁 대표의 재임 2년 동안 현대라이프는 500억원이 넘는 적자 늪에 빠졌고, 부실한 자산 비율이 늘어난 데다 보험 해약율도 업계 최고 수준에 달했다.

회사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에서 이 대표가 세대교체 명목으로 자리에서 떠났다는 데 석연찮은 점이 읽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 전 대표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전격 퇴출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이달 31일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9월 연임이 확정된 지 3달 만에 나온 갑작스런 결정이다. 현대라이프 측은 세대교체에 따른 젊은 피 수혈을 명목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상임 고문으로서 회사 경영을 도울 예정이다.

반면 보험업계에는 이 대표의 사퇴 배경을 부진한 실적에 책임을 진 것 아니냐는데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그룹 금융계열사인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에서 재무 관련 요직을 맡으며 ‘재무통’으로 통했던 그가 현대라이프 수장이 된 후 회사에 수익을 안겨주기는커녕 55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남기고 회사 건전성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보험계약 해지율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생명보험협회 월간생명보험통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는 올해 1~9월 67억원, 지난해 487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라이프의 올 상반기 말 위험가중자산비율은 56.40%으로 2014년 9월(48.08%) 대비 8.32%포인트나 치솟았다. 위험가중자산비율은 총자산 중 부실 위험이 있는 자산의 비율이 얼마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 가능성이 높은 자산이 많다는 의미다.

현대라이프의 올 9월 말 기준 효력상실해지율은 11.2%로, 업계 2위 수준이다. 효력상실해지율은 고객이 해지한 보험 계약의 비율 또는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해 효력이 상실된 보험계약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 대표는 앞서 현대캐피탈에서 전략기획실장과 영업기획본부장, 재무지원실 상무를, 현대카드에서는 재무지원실장과 재경본부장, 금융사업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낸 바 있다. 2014년 10월 현대라이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재원 직무대행, 후임인사 수순?

생보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를 떠나고, 회사는 바로 그를 대신할 인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원 전략기획본부장(상무)이 이 대표의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점이 이같은 시각에 힘을 더한다. 또 현대라이프가 ‘영업통’으로 알려진 이 상무를 중심으로 사세를 확장하는 전략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상무는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가로, 2010~2014년 ING생명 부사장을 맡은 바 있으며 마케팅과 영업에 능통하다고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이 상무는 현대라이프 임원이 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전략기획·재무관리 임원으로 선정됐다. 2014년 10월부터는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의 전략기획본부장과 경영혁신실장을 겸직해왔다. 보험업계에서는 요직을 두루 맡고 있는 이 상무 뒤에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대표가 자리하고 있어, 현대라이프의 본격적인 사세 확장을 위해 재빠르게 직무대행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온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이 대표 재임기간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자본과 수입보험료는 크게 늘고, 시장점유율도 1%대에서 2%대로 올라갔다”며 “회사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했으므로 실적 부진 책임으로 사퇴했다는 시각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전문가로서 역할을 다하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본래 현대차그룹에는 젊은 인재가 많아 세대 교체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라이프는 이달 말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신임 대표 후보를 찾아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임명할 계획이다. 새 대표이사가 선임될 때 이 상무가 대표 직무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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