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행방불명, 불명예 퇴진…바람잘 날 없는 20년

▲ 강만수(왼쪽부터), 민유성,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이명박 정부 대한민국 경제사령탑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며 ‘왕의 남자’로 불리던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끝내 쇠고랑을 차면서 역대 은행장들의 ‘잔혹사’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 이동걸 행장 직전 산은 수장이었던 홍기택은 여전히 ‘행방불명’이라는 웃지 못 할 촌극을 벌이고 있고, 강 전 회장의 전임자였던 민유성 행장도 검찰의 다음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보면 이동걸 행장을 포함해 최근 20여년 동안 산은을 이끌었던 은행장 9명 중 6명이 검찰 조사를 받거나 불명예 퇴진하며 구설수에 올랐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지난 9월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구속을 피했지만 새 혐의가 추가되면서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

강 전 행장은 이 기간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바이오업체에 대우조선해양이 자금을 지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우조선과 산은 자회사로부터 수천만원을 챙긴 의혹과 함께, 자신의 종친이 운영하는 중소건설사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가장 최근 산은을 떠난 홍기택 전 행장은 행방이 묘연하다. 홍 전 행장은 지난 10월 대우조선의 5조원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국정감사 출석요구를 거부하고 지금까지 장기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돌연 휴직계를 내고 잠적해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민유성 전 행장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 과정에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속 기소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와 민 전 회장이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민 전 행장이 롯데그룹 ‘형제의 난’에서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가신’으로 등장한 점도 산은으로서는 여론을 고려할 때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이전 산업은행장들의 전력도 화려하다.

2005년 12월부터 산은을 이끌었던 김창록 전 은행장은 변양균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신정아 씨 비호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01년 취임했던 정건용 전 행장은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으로부터 1만달러를 받고 산은이 발주하는 각종 컨설팅 업무를 특정 회사에 맡긴 것이 드러났다. 정 전 행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937만원을 선고받았다.

엄낙용 전 행장은 2000년 산은의 수장이 됐지만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으며 임기 8개월 만에 자리를 떠났다. 1998년 산은을 맡은 이근영 전 행장은 같은 건으로 2003년 구속 기소됐다. 결국 2000년 6월 현대그룹에 5500억원의 불법대출을 승인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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