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 고가도로.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최지원 기자] 서울시 최대 역점사업 중 하나인 서울역고가 공원화사업(서울역 7017프로젝트) 개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4월 새출발을 알릴 서울역7017프로젝트는 노후화로 인해 제 기능을 다한 2km 남짓한 서울역고가를, 공중정원길로 재생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서울역고가에 조성되는 보행길 이름은 ‘seoullo 7017’로 정해졌다. ‘서울을 대표하는 사람길’, ‘서울로 향하는 길’이라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 사업은 뉴타운 재개발·재건축의 대안으로 마련한 도시재생의 상징과도 같다.

사업 추진과정서 정부와 마찰을 빚으며 사회적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내년 봄이면 서울을 상징하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서울역 7017프로젝트는 박원순 시장의 대표공약 중 하나로 뉴욕 명물 하이라인파크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하이라인 파크는 21세기 들어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손꼽히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2002년 1월~2013년 12월)의 역작 중 하나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사업가 출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한때 국무장관 유력후보로 부각될 만큼 사업수완이 좋은 인물이다.

이 사업은 1980년에 폐선돼 우범지역으로 전락한 1930년대의 화물열차용 고가철도를 철거하지 않고 지역의 역사가 살아있는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단계적으로 조성돼 총 2.3㎞의 공원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공원은 12번가에서 남쪽으로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서 30번가 까지 뻗어나가 첼시 지구를 지나고 재비츠 컨벤션 센터 근처의 웨스트 사이드 야드까지 달한다.

2006년 착공 당시만해도 지상 9m 높이에 있는 고가철도를 공중정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영리단체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the highLine)’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5000만달러를 선뜻 지원한 블룸버그 시장의 판단을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전면적인 철거 후 재개발을 하는 기존의 개발방식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던 탓이다.

하지만 당시 뉴욕시의 도시개발 정책은 전환기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1960~1970년대까지 지속된 무조건적인 철거형 재개발 사업의 부작용에 1975년 뉴욕시 파산 위기가 맞물리면서 기존 시가지에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다.

이러다가 2000년대 들어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적극적인 도시개발 정책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철거뒤 고층 건물을 세우는 기존 방식은 원주민을 내쫓고, 역사를 지우며, 갖가지 사회갈등을 야기하는 등 문제점이 너무 많았다.

하이라인 파크는 그 고민 끝에 나온 답이다.

하이라인 파크는 민간이 주도해서 만들어진 공원이다. 하이라인의 친구들은 폐허가 된 고가철도의 일괄적 공원화를 배제했고,가능한 철도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되 주변의 건축물과 허드슨 강변의 전망 등과 어울릴 수 있도록 구간마다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하이라인 파크는 무엇보다 뉴욕역사가 담겨있는 고가철도의 역사성을 지키고자 했다. 이같은 고민에서 과거 철로 3분의 1을 남긴 공중산책로가 만들어졌으며 정원의자, 보행로 등이 지역의 특성에 맞게 재배치됐다.

하이라인 파크는 2009년 개장 이후 뉴욕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연간 400만명이 하이라인 파크를 방문하고 있다.

주변 상권도 이전보다 한결 커졌다. 하이라인 파크 부근에는 레스토랑, 부티크들이 몰려들었고, 이 과정에서 8000개의 건설 관련 일자리, 총 1만2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는 얘기가 있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 곳이 20억달러(2조75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자랑했다.

도시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도시의 애물단지를 새로운 명물로 재탄생시킨 하이라인 프로젝트를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대표적 성공모델로 손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서울역고가는 1970년 산업화 시대에 서울역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을 잇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지은 지 40년이 지나 안전도 D등급의 이 고가를 철거하지 않고 도심 보행공간으로 재탄생 시키기로 했다.

기본설계안은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서울역 7017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리게된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마스(Winy Maas)의 머리에서 나왔다.

고가 상부 보행길 폭은 휠체어와 유지관리 카트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2.5~3.5m를 확보하고 고가 진출입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턱을 낮추고 점자블럭을 설치한다. 주 보행길 외에 간접보행로도 설치된다.

공원화 사업이라는 목적에 걸맞게 고가 위에는 카페, 도서관, 야외무대, 꽃집 등 20여개 편의시설, 화분겸용벤치 135개소, 장미광장, 목련광장을 비롯해 16개 크고 작은광장 등이 조성돼 도심속 공중휴식처 역할을 한다.

고가에서 주변 지역으로 잔가지처럼 뻗어나갈 17개 보행길은 엘리베이터 6기, 에스컬레이터 1기, 직통계단 3개, 브릿지 2개 등을 통해 연결된다.

기본설계안만 보면 939m에 이르는 서울역고가를 보행공간으로 조성하되 조망권을 최대한 살리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에 최고 17m 높이의 전망 발코니 4곳(서울역, 숭례문, 중림동, 청파동 방향)를 설치해 주변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구경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발밑으로 3곳에 걸처 직경 60cm 강화유리 바닥판을 설치해 발 아래로 기차와 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와함께 서울역고가를 중심으로 서울역과 일대 4개권역(중림동, 회현동, 서계동, 공덕동), 남대문시장을 아우르는 도시재생사업을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해 주변지역과의 균형있는 발전을 이루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특히 사업 초기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격하게 반대했던 남대문상인들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역 고가가 주변 상권과 17개의 연결통로를 가진 보행공간으로 자리잡으면 되려 이 일대 상권이 부흥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역 고가가 갖고 있는 보행공간으로서의 잠재력을 봐달라”며 “서울역 고가가 보행공간으로 탈바꿈하면 남산공원, 서소문 공원, 한양도성 등과 이어지는 새로운 보행공간문화가 만들어질 것이고 이는 이 일대 상권에 또다른 활역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역 7017프로젝트를 설계한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마스씨는 “서울역 고가는 굉장히 독특하고 (뉴욕)하이라인 파크와 비교하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다르다. 사이즈가 다르다. 최고 도심에 있고, 다른 높이, 다양한 콘텍스트로 연결돼 있다. 더 흥미로운 프로젝트인 것 같다. 서울역 고가를 재활용해서 공간으로 쓰게 한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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