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미지의 영역”…적자 방어·불완전판매 관리 관건

▲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국내 보험사들의 새로운 수익 창구에 대한 고민과 고령화시대가 맞물리면서 유병자보험이 새로운 먹거리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병을 가진 사람이 고객인 만큼 보험금 지출이 늘어나 보험사들의 적자가 확대될 수 있고,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높다는 과제가 남았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운 유병자보험이 17개 출시됐으며, 연초에도 현대해상에서 신상품이 나왔다. 유병자보험의 가입기준과 보장범위도 확대되는 추세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The간편한건강보험’의 보장기간으로 업계 최장인 15년과 20년짜리를 신설했다. 유병자보험의 일반적인 보장기간은 5년, 10년이다. 현대해상의 ‘간단하고편리한건강보험’은 업계 최초로 뇌졸중을 보장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유병자보험이 기존 포화된 보험시장을 대체 또는 보완할 만한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고령자, 유병자 등을 위한 금융서비스 개선을 위해 유병자보험 활성화를 유도하고, 보험사들도 저축성보험으로 몸집을 불린 뒤 내실을 다지기 위해 보장성보험으로 눈을 돌리던 중 유병자보험이 띄면서 시장 확대가 진행 중이다.

한국 사회가 고령화로 접어들고 이에 따라 만성질환 환자 수도 갈수록 늘어나면서 유병자보험 수요가 증가하는 점도 주요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보건사업진흥원이 2015년 발표한 ‘국내 만성질환의 진료이용 현황분석’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고혈압, 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 환자 수는 1만4291명으로 전체 인구 5만1314명의 27.9%를 차지한다. 2010년부터 최근 5년간 만성질환 환자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2.9%다.

실제로 유병자보험을 찾는 가입자들도 늘고 있다. 2013년 632만건이었던 보유계약 건수는 2016년 6월 기준 2026만건까지 불어났다.

외국계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며 몸집을 키운 후 보장성보험에 관심을 돌리다 유병자보험이 눈에 들어오게 되면서 최근 많이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자보험은 잠재력이 많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불안함도 없지 않다. 보험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취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자 방어가 쉽지 않다. 가입 대상 자체가 유병자다 보니 일반 보험에 비해 보험금 지출이 클 수밖에 없지만, 적절한 보험료 책정에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한 까닭이다. 보험업계에서는 3~4년은 지나야 유의미한 통계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보험사는 아직 유병자보험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유병자들을 고려해 가입 심사는 간편하지만 보장 범위는 일반 보험보다 까다로운 면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설계사들이 실적 채우기에 급해 건강한 사람에게 간편심사를 미끼로 가입을 유도하거나, 가입자에게 보장 내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그 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유병자보험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며 “새로운 시장인 동시에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비율로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회사 입장에서 손해가 된다) 위험성도 크다”라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병자보험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라며 “간편심사에 솔깃한 건강한 사람들이 잘 모르고 가입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보험과 다른 점은?

유병자보험은 애초 유병(有病)자를 가입 대상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가입 문턱은 일반보험보다 낮지만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금 지출 위험도가 높아 보험료가 비싸다.

▲5년 내 암 진단 또는 암 치료 ▲2년 내 입원 또는 수술 ▲3개월 내 의사의 입원·수술 등 검사소견 등 3가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서류제출과 건강진단 없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주요 보장 내용은 중대질병 관련 진단비와 치료비 등이다. 사망보험금도 보장해주는 보험도 있지만 금액 규모는 1000~3000만원으로 일반 보장성보험에 비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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