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성·실용성 대폭 강화…일부 단점 여전히 그대로

▲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사진=한국GM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쉐보레 크루즈가 9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기다린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기존 크루즈 소유자들의 기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고 했다. 이들만큼 신형 크루즈의 변화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2년 전 크루즈를 구입, 이용중인 기자가 출시 행사장에서 본 올 뉴 크루즈의 이모저모, 기존 모델과의 차이점을 짚어봤다.

1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대선제분 문래공장에서 차체부터 파워트레인까지 완전히 바뀐 ‘올 뉴 크루즈’ 공개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는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을 비롯해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홍영표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 등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한국GM의 크루즈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큰 지를 짐작케 했다.

◆ 핵심은 ‘캡 포워드’

폭발적 관심 때문에 기자는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크루즈를 천천히 살펴볼 수 있었다. 감회가 남달랐다. 2015년 4월 인생의 첫 차로 크루즈를 선택했고, 2년간 주행하면서 많은 애착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떤 신차 공개행사 때보다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 올 뉴 크루즈 전면부 사진=이건엄 기자

올 뉴 크루즈의 전체적인 외관은 기존 크루즈가 갖고 있던 직선 위주의 디자인을 탈피했다. 경쟁모델인 아반떼와 K3와 흡사해 보일 정도였다. 이는 내부 공간 확보를 위해 운전석을 앞으로 빼 낸 ‘캡 포워드’(Cap Forward) 디자인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캡 포워드 디자인과 길어진 전장이 맞물려 준중형 세단 중 가장 넓은 내부공간을 확보한 것은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크루즈만의 개성을 잃었다는 느낌은 지우기 힘들었다.

전면부는 최근 출시한 말리부와 트랙스 등 다른 쉐보레 차량과 마찬가지로 듀얼 포트 그릴을 채택, 날렵해진 눈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존 크루즈가 약간 묵직한 느낌이었다면 올 뉴 크루즈는 보다 날카로운 인상을 줬다. 또 헤드라이트와 조합된 주간주행등(DRL)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LTZ트림 기준). 기자가 소유하고 있는 2015년형 크루즈는 DRL이 범퍼에 위치해 있고, 할로겐 전구가 적용된 헤드라이트 때문에 다소 저렴한 느낌을 준다. 2016년형에서는 DRL일체형 프로젝션 헤드라이트를 선택할 수 있다.

측면부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사이드 미러의 위치다. 이전 세대 크루즈는 사이드미러가 A필러 바로 아래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올 뉴 크루즈는 이보다 한 칸 더 내려왔다. 덕분에 기존 사이드미러 위치를 유리로 마감할 수 있었고, 사각지대 최소화가 가능해졌다.

▲ LED면발광이 미적용된 올 뉴 크루즈 리어램프 사진=이건엄 기자

후면부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경차에서도 장착되는 LED 리어램프를 크루즈에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출시된 임팔라에서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에 대해 한국GM관계자는 “LED리어램프를 택하지 않은 것은 외관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에서 절약을 해서 퍼포먼스와 안전에 기여를 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에서 LED리어콤비네이션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냐는 질문에는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북미사양과 같다”고 설명했다.

◆ 고급스러움 뒤에 숨겨진 옥에 티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시돼 있는 차량이 가장 높은 트림이라는 점 때문이지 준중형 세단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브라운과 그레이 투톤으로 이뤄진 도어트림과 대시보드는 멋스러움을 더했고, 크롬과 유광 블랙으로 처리된 센터페시아, 기어콘솔, 계기판 등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웠다. 이전세대 크루즈도 최상위 트림을 선택할 경우 투톤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오래된 차인 만큼 유행이 지난 디자인 때문에 고급스러움이 덜했다.

▲ 올 뉴 크루즈 기어콘솔. 사진=이건엄 기자

올 뉴 크루즈의 내부 인테리어에서 가장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어스틱이다. 이전 세대 크루즈는 일반 막대형 기어스틱을 장착해 투박하고 촌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올 뉴 크루즈는 기어스틱을 가죽으로 감싸 훨씬 멋스러웠다. 기존 크루즈 소유자들이 쉐보레 알페온의 기어스틱을 직접 구입해 설치했던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올 뉴 크루즈의 센터페시아에는 마이링크가 적용된 대형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덕분에 많은 버튼이 간소화 되면서 깔끔한 느낌을 줬다. 또 볼륨조절과 바람조절은 다이얼 형식으로 돼 있어 운전 중에도 쉽게 조작이 가능해 보였다. 계기판은 신형 말리부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트립컴퓨터와 좌우로 배치된 RPM게이지, 속도게이지가 이전 모델보다 시인성을 대폭 향상 시켰다.

하지만 기존 크루즈의 단점도 일부 계승한 것이 옥에 티였다. 요즘 대부분의 운전자가 설치하는 블랙박스는 보통 룸미러 바로 뒤에 위치한다. 운전 시 시야를 방해하지 않고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것이 미관상 좋기 때문이다.

▲ 올 뉴 크루즈도 이전세대 모델과 마찬가지로 룸미러 바로 뒤에 레인센서가 위치해 있어 블랙박스 설치 시 불편함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건엄 기자

하지만 크루즈의 경우 룸미러 뒤에 레인센서를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 일반 차보다 아래에 카메라를 달아야 하고, 자연스럽게 시야를 가렸다. 올 뉴 크루즈도 마찬가지로 레인센서가 같은 위치에 있어 블랙박스 설치 시 불편이 발생할 것으로 보였다. 또 통풍시트를 채택하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뒷좌석은 길어진 전장만큼 확실히 넓어 졌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앞좌석과 무릎사이에 주먹 두 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의 여유로운 공간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편의성은 부족했다. 타사에는 있는 2열 에어벤트(송풍구)는 물론 뒷좌석 온열시트도 생략돼 상품성이 떨어졌다. 또 지붕에 부착된 실내등에 LED가 아닌 일반 전구를 사용한 것도 아쉬웠다.

인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 한 느낌도 받았다. 전고가 낮아지면서 헤드룸 확보가 안 돼 키가 어느 정도 큰 사람이 탈 경우 머리가 천장에 닿았다. 뒷문에 부착된 창문 조절 스위치의 위치도 애매해 팔걸이에 팔을 걸친 상태에선 조작이 불가능 했다.

▲ 올 뉴 크루즈의 뒷좌석 창문 조작 스위치는 애매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 조작에 불편함이 따른다. 사진=이건엄 기자

올 뉴 크루즈는 9년 만에 출시된 만큼 확실히 고급스러워 졌고 상품성도 크게 향상됐다. 기존 크루즈 소유자들의 갈등을 어느 정도는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이해하기 힘든 구성과 다소 높은 가격 정책은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경쟁차에 비해 부족한 옵션이 있음에도 300만원 가까이 비싼 가격은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올 뉴 크루즈의 가격은 1890만원에서 2478만원 사이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풀옵션을 선택할 경우에는 2800만원대까지 올라가 중형차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한다. 이는 기존 크루즈 보다 평균 244만원(11.3%)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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