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만으로는 역부족…“국내 정서에 맞지 않아”

▲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SM6와 QM6로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올해에는 해치백으로 그 열기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내시장이 해치백의 무덤인 만큼 소형차 클리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새로운 도약을 하겠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치백이 국내 정서상 맞지 않는 차종인 만큼 마케팅과 홍보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은 전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신년 CEO 기자간담회'에서 클리오가 국내 완성차업체가 만든 성공적인 첫 해치백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사장은 “해치백이 안 된다는 것은 잘못된 선입견”이라며 “해치백이 활성화 되려면 국내 완성차업체 중 한 곳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단에 디젤을 얹으면 안 된다던 SM5 디젤, 볼륨이 작다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 고급화는 무리라던 SM6를 모두 성공시켰다”며 “현대기아차가 해치백에 크게 주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으로, 클리오가 국내 완성차가 만든 처 성공적인 해치백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치백의 ‘해치’는 ‘위로 잡아당겨 끌어 올린다’는 뜻으로 차 뒤쪽(Back) 상단부분에 트렁크 도어가 위치한 승용차량를 지칭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RV차량도 이같은 구성을 하고 있지만 규격상 일반적인 승용차로 취급하지 않아 해치백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치백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객실과 화물칸(트렁크)이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세단의 경우 화물칸과 객실이 분리돼 있지만 해치백은 트렁크 문을 열면 바로 객실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다. 덕분에 해치백은 뒷좌석을 접으면 일반 세단 차량보다 훨씬 넓은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해치백은 동급 세단보다 뒷부분이 짧아 코너링이나 속도 등 운동성능 측면에서도 이점을 가진다.

▲ 현대자동차 i30(위)와 쉐보레 아베오 해치백. 사진=파이낸셜투데이

그러나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완성차업체 3곳에서 생산하고 있는 해치백 차량은 10종에 불과하다. 박 사장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상 수입차인 폭스바겐 골프만이 글로벌 명성에 걸맞게 판매를 유지하는 것 외에는 실적이 미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척박한 환경인만큼 르노삼성 클리오가 성공할 경우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치백의 실패 이유가 부족한 마케팅과 홍보 보다는 국내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 i30의 경우 가격을 제외하곤 퍼포먼스나 구성이 괜찮은 차임에도 판매가 신통치 않다”며 “한국 시장에서 자동차는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는 용도로도 사용되는 만큼 해치백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해치백에 대한 가능성이 보였다면 많은 업체들이 판매와 홍보에 적극 나섰을 것”이라며 “르노삼성의 선택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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