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악한 품질에 소비자 외면…“안전 마케팅 소용없어”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성적은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기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조악한 품질의 중국 자동차가 설 자리는 없다는 게 이유다.

이에 중국 업체들은 안전성과 품질을 강조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한자동차는 지난 18일 인천 본사에서 켄보600 신차발표회를 열고 국내에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켄보600은 북경자동차그룹과 중경은상실업그룹의 합작회사인 북기은상이 만든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다.

켄보600이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모던과 럭셔리 두개 트림으로 출시되는 켄보600은 각각 1999만원, 2099만원이다. 2000만원 후반인 국산 동급 SUV와 비교하면 30.0% 싼 셈이다.

하지만 낮은 가격만으로는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게 완성차업계의 중론이다. 과거보다 소비자들의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품질 신뢰가 낮은 중국산 자동차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내시장에서 조악한 품질로 악명을 떨친 선롱버스가 있다. 선롱버스는 자일대우버스와 현대·기아자동차가 양분하고 있던 한국 버스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나 2015년 기준 10.0%의 점유율을 확보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주력 모델인 듀에고가 달리는 도중 타이어가 빠지거나 브레이크 이음새가 헐거워 제동이 안 되는 등 말썽이 많았고 결국 경영 악화로 국내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원가절감이 필수적인데 필요 이상으로 할 경우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며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인 만큼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차를 탈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국 업체들은 판매에 앞서 한국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품질과 안전에 대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중한자동차는 켄보600이 초고장력 강판을 60.0% 사용하고 중국 신차안전도평가(NCAP) 최고점수를 획득하는 등 최고의 안전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선롱버스도 차량의 부품 중 일부를 비(非) 중국산을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나라마다 품질 평가기준도 제각각이고 초고장력 강판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며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업체들의 이런 주장을 쉽게 믿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은 가급적 수입을 지양한다”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같은 마케팅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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