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동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호를 향한 시장의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다. 오바마 케어를 대체할 ‘트럼프 케어(건강보험법)’ 처리를 둘러싼 공화당내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22일(현지시간) 국채 금리는 다시 하락하고, 금값은 5일 연속 상승했다. 세계경제 회복세를 떠받쳐온 국제 유가도 사흘 연속 하락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유(WTI)는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20센트 떨어진 48.04달러(약 5만3747원)로 하락했다. 영국산 브렌트유도 런던 ICE시장에서 배럴당 32센트 내린 50.64달러(약 5만6656원)를 기록했다.

유가 약세는 미국의 원유 증산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가 주효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주 미국의 원유재고 물량이 495만 배럴 증가한 5억3311배럴로 10주 연속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석유협회(API)도 같은 기간 미국의 원유재고 물량이 453만 배럴 증가했다고 집계한 바 있다.

미국내 원유 재고물량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흔히 ‘검은 황금’에 비유되는 원유를 캐기 위한 시추 시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스턴에 있는 에너지서비스 회사인 베이커 휴즈는 지난주 미국의 원유 시추공이 다시 14개 증가한 631개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OPEC은 앞서 지난달 13일 원유시장 보고서를 내고 회원국들이 감산 합의를 충실히 준수하고 있고, 원유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이르면 올 하반기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비회원국인 미국이 시추 설비를 늘리고, 생산 물량도 끌어올리며 OPEC주도의 이러한 감산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불안’을 먹고 쑥쑥 크는 금값은 다시 올랐고, 국채 금리는 떨어졌다. 금값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린 15일 온스당 1200.1달러로 전장에 비해 1.8달러 떨어진 후 계속 오르고 있다. 금값은 16일 무려 26.4달러 오른 1226.50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17일 1229.8달러, 20일 1233.60달러, 21일 1246.10달러, 22일 1249.30달러로 꾸준히 상승중이다.

금값이 5일 연속 오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을 향한 시장의 회의적 기류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오바마 케어를 대체할 건강보험법인 트럼프 케어를 놓고 공화당내 내분이 확산되자 규제혁파와 감세, 인프라 투자를 골자로 한 경기부양안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채 10년물도 이날 전장에 비해 0.02%포인트 하락한 2.40%로 다시 떨어졌다. 미 국채 10년물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4일만 해도 2.6%를 기록했다. 하지만 15일 2.51%로 다시 급락한 데 이어 16일 2.53%, 17일 2.50%, 20일 2.47%, 21일 2.43% , 22일 2.40% 등 연일 하락하고 있다.

미 국채 금리는 트럼프호 출범 이후 인플레 상승압력이 커지고, 경제성장속도가 빨라지며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국채 금리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성장률을 반영한다. 미 연준도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근접하자 불과 석달 간격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금리는 상승탄력을 받지 못한 채 뒷걸음질하고 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