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략의 차이 때문…향후 역전가능성도 높아

▲ 한국GM 쉐보레 올 뉴 말리부. 사진=한국GM

[파이낸셔투데이=이건엄 기자]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가 상반된 행보를 걷고 있다. 르노삼성은 호실적이라는 공을 인정받아 르노그룹 내에서 중책을 맡는 등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반면 한국GM은 공장가동률을 줄이는 등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르노삼성이 기세를 몰아 라인업 확장과 차량시험센터 건립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과 달리 한국GM은 몇 년 째 목표달성 실패에도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아 자칫 3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지난해 판매량은 각각 18만267대, 11만1101대로 전년 대비 13.8%, 38.8% 늘었다. 두 회사 모두 현대‧기아자동차가 장악한 중형세단에서 말리부와 SM6의 흥행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덕분에 르노삼성은 르노그룹 내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져가는 모양새다. 실제 르노삼성은 지난 23일 신차 및 첨단 기술 시험을 전담할 르노그룹 차량 시험 센터 구축을 위해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구 지능형자동차부품주행시험장 내에 구축하는 르노그룹 차량시험센터는 르노삼성차의 전반적인 차량 시험을 수행하는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르노그룹 차량 시험센터로 활용한다. 르노그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차량시험센터를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르노삼성 중앙연구소가 그룹 프리미엄 SUV 차종 개발을 전담함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한국 내 차량 테스트 역량 확충을 검토했고 이곳에 차량 시험센터구축을 결정했다는 게 르노삼성의 설명이다.

르노삼성은 라인업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중형 SUV QM6를 출시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물론 올해에는 소형 해치백 클리오와 전기차 트위지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이번 센터 구축으로 르노삼성 중앙연구소의 그룹 내 입지는 더욱 확고해졌다”며 “더 많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할 기회를 가지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독립적인 차량 개발을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르노삼성자동차 SM6. 사진=르노삼성

반면 한국GM은 괄목할만한 성장세에도 오히려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7년 이후 매년 외치는 점유율 10%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도 번번이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생산 규모를 줄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면서 의문만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GM은 지난 16일 노동조합에 올해 부평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인 엔진 물량을 24%가량 줄이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감소분을 대수로 환산하면 약 13만7000대다.

여기에 최근 국내 생산량은 줄이고 해외에서 직접 수입한 차량을 늘리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 2015년 출시한 임팔라가 지난해 완전 수입판매로 전환된 이후 캡티바도 후속모델을 북미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판매하기로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MPV시장 1인자 올란도도 단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상반된 행보에 대해 GM과 르노의 글로벌 전략의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의 전략상 한정된 플랫폼을 다양한 차량에 적용하다 보니 한국시장에 맞는 새로운 차량을 적기에 도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여기에 대우자동차 이후 규모가 점차 줄어들면서 GM본사 입장에서도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르노삼성의 경우 과거 삼성자동차 시절 내구성과 품질에 대한 신뢰성은 충분히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며 “단기간의 투자로 소비자들로부터 지적받았던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것이 르노 본사에서도 크게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면 사후서비스와 차량의 전반적인 질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3위 자리는 얼마든지 역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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