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의 핵심 고리 끊어야”

▲ 사진=파이낸셜투데이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명변경, 임금삭감과 구조조정 등 연이은 쇄신안 발표하고 있음에도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정경유착의 핵심 고리인 전경련의 부정을 막기 위해선 해체가 유일한 방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주요 회원사들의 탈퇴로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전경련이 쇄신안 작업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해체의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19일 시민단체에 따르면 전경련의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 18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에서 “정경유착의 근원인 전경련을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경련이 한국기업연합회로 이름만 바꿔 다시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개혁연대 등의 시민단체들도 전경련의 즉각 해체를 촉구하는 논평을 쏟아냈다. 경실련은 “정부는 전경련의 설립허가를 취소하고 모든 위원회의 참여를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와 함께 국정농단의 진짜 주범인 재벌총수를 구속하고 재벌체제를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 “끊이지 않는 정경유착”

전경련이 강력하게 해체 요구를 받는 이유는 비리로 얼룩진 과거 때문이다. 설립시작부터 지금까지 전경련과 관련된 정경유착과 부패사건은 끊이질 않았다. 그때마다 전경련은 대국민 사과와 혁신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앞장선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인 공분이 커졌다. 

현재 전경련은 내부적으로도 불안하다. 주요 그룹의 탈퇴로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탈퇴하겠다”고 밝힌 후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후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해 최근 100여곳이 전경련 탈퇴를 선언했다. 2016년 8월 기준 633개였던 회원사는 지난 3월 기준 531개로 줄었다. 매년 400억~500억원 규모이던 회비 수입도 주요 회원사의 탈퇴로 많게는 70%가량 줄어들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도 전경련은 해체 대신 다시 ‘쇄신안’ 카드를 꺼냈다. 지난달 24일 허창수 전경련 회장(GS회장)은 연임을 결정하고 대국민 사과와 혁신안을 발표했다. 허 회장은 단체 명칭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고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정경유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조직 부문에선 사회본부를, 회계 부문에선 사회협력회계를 각각 폐지하고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통합해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18일 오전 11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앞에서 사무금융노조가 재벌총수들의 처벌과 전경련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곽진산 기자

◆ 쇄신안 작업도 ‘난관’

이에 전경련은 소속 직원 18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공고했다. 또한 임원과 팀장급의 입금을 30~40%가량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작 전경련의 수장인 허 회장은 자신의 회사(GS그룹)로부터 74억원의 보수를 받으면서 해체 위기에 놓인 회장이 ‘돈잔치’를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이 2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요구한 것이 알려지면서 전경련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전경련 내부에서도 “부정은 위에서 저지르고 책임은 직원들이 진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관개정에도 난관에 부딪히면서 쇄신안 작업에는 속도가 붙지 못했다. 전경련은 한국기업연합회로 정관개정을 요청했지만, 승인권을 가진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선 이전 처리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경련은 이른바 ‘관제 데모’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관련 의혹의 중심에는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한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이 있다. 이 전 부회장은 2014년부터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관제 데모’를 후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전경련에 대한 검찰 수사는 대선이 있는 오는 5월 전에 본격화될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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