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실용성 모두 챙긴 ‘팔방미인’…주행성능은 ‘덤’

▲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이건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현재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는 친환경차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친환경차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지 못한 전기차보다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장점을 적절히 섞은 하이브리드 차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현재 국내 완성차와 수입차를 막론하고 다양한 브랜드에서 각자의 매력을 갖춘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혼다가 출시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막강한 연비를 앞세워 쟁쟁한 경쟁모델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솔린과 디젤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하이브리드 본연의 매력을 잘 살렸다는 평이다.

세련된 절제美가 인상적

이번에 출시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9.5세대 모델이다. 9세대 모델에 비해 전반적으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다. 과거 다소 밋밋한 디자인 때문에 특색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부분변경을 통해 상당부분 극복한 모습이다. 최근 과한 디자인을 앞세워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일본 브랜드의 차량들 사이에서 오히려 절제된 디자인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같은 특징은 전면부에서 잘 드러난다.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헤드램프와 크롬으로 장식된 그릴, 남성적인 범퍼가 한 데 어우러져 역동적인 디자인을 강조했다. 특히 헤드램프와 안개등, 주간주행등까지 모두 LED를 적용해 멋스런 외관과 운전자 시인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는 동급 모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양이다.

▲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헤드램프와 안개등, 주간주행등까지 모두 LED를 적용해 멋스런 외관과 운전자 시인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는 동급 모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양이다. 사진=이건엄 기자

측면을 보면 어코드의 큰 차체가 도드라진다. 사실 어코드는 중형 세단이라고는 하지만 제원상으로는 대형 세단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큰 체격을 자랑한다. 4935㎜의 전장과 1850㎜의 전폭 그리고 1465㎜의 전고는 크다고 알려진 쉐보레 올 뉴 말리부나 현대의 그랜저 IG, 기아의 K7에 비견될 정도다.

후면 디자인도 화려함 보다는 절제미 보다 강조했다. 1세대 제네시스가 떠오른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코드만의 깔끔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잘 살린 느낌이다. 전폭을 강조한 후면 범퍼에 크롬 가니시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머플러를 범퍼 안쪽으로 숨겨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인테리어는 기존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하이브리드 차량임을 알 수 있는 계기반뿐이다. 이 계기반을 통해 감속할 때마다 에너지 회생 제동시스템이 작동하는 지 여부와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구동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시트는 다소 딱딱한 느낌이다. 운전자의 몸을 단단히 잡아줘 스포티한 주행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일상주행에 초점을 맞춘 차량인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기존 모델과 차이는 계기반뿐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는 우드톤으로 장식이 돼 있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후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젊은 층보다는 중년층 이상에서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뒷좌석 은 제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 하이브리드 차의 단점인 배터리 공간으로 인한 불편한 헤드룸도 어코드 하이브리드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다.

▲ 후면 디자인도 화려함 보다는 절제미 보다 강조했다. 1세대 제네시스가 떠오른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코드만의 깔끔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잘 살린 느낌이다. 전폭을 강조한 후면 범퍼에 크롬 가니시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머플러를 범퍼 안쪽으로 숨겨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사진=이건엄 기자

하지만 트렁크 공간은 여타 하이브리드 차량처럼 바탕이 되는 일반 모델보다 용량이 부족했다. 배터리를 2열 시트 뒤쪽으로 배치해 트렁크 공간은 다소 줄어든 것이다. 380ℓ의 용량은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광활한 실내 공간을 생각한다면 역시 아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혼다는 어코드를 출시하면서 첨단 IT기능이 담긴 사양을 대거 적용시켰다. 최근 국내외 각종 신차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되고 스마트폰 테더링을 통해 최신 지도 업데이트와 실시간 교통정보 확인도 가능하다.

디스플레이를 2개로 나눠 운전자의 편의를 극대화한 센터페시아도 인상적이다. 상단 화면에선 차량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아래 디스플레이에는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등 인포테인먼트를 조작할 수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기반의 운영체제(OS)를 탑재해 스마트폰이 익숙한 현대인이라면 조금만 조작해 봐도 쉽게 익힐 수 있다. 이밖에도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와 원격 시동 장치 등 각종 편의사양을 적용했다. 다만 안드로이드 OS 사용자가 많은 국내시장에서 필요한 '안드로이드 오토'는 국내 법규 문제로 사용할 수 없는 점은 아쉽다. 북미 사양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모두 적용됐다. 내비게이션은 국산제품 아틀란 3D 맵이 탑재됐다.

미니밴 ‘오딧세이’에서도 유용했던 ‘레인워치’ 시스템도 사용할 수 있다.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거나 방향지시등 레버를 누르면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통해 우측 측면 시야를 고스란히 화면에 담아준다. 야간 주행 시에도 시안성이 좋아 만족스럽다.

▲ 혼다는 어코드를 출시하면서 첨단 IT기능이 담긴 사양을 대거 적용시켰다. 최근 국내외 각종 신차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되고 스마트폰 테더링을 통해 최신 지도 업데이트와 실시간 교통정보 확인도 가능하다. 사진=이건엄 기자

연비 위해 희생한 코너링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시동을 켜고 도로로 나갔다. 하이브리드 차인 만큼 연비에 초점을 맞췄다. 시승은 서울역과 가산디지털단지, 인천 계양을 거쳐 다시 서울역을 돌아오는 시내주행과 자유로에서 이뤄진 고속 주행으로 이뤄졌다. 총 거리는 140㎞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하이브리드 모델인 것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자동차 특성상 시동버튼을 눌러도 엔진은 대기상태로 멈춰있다.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 등 2개의 심장이 서로 유동적인 힘으로 차체를 끈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면 전기모터만으로 조용히 미끄러져 나아간다. 타이어 굴러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저속에서 전기 모터만으로 달릴 때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속도를 점차 높일수록 엔진과 전기 모터가 주행 상황에 맞게 수시로 움직이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낸다.

속도가 더디게 나는 시내 도로에서는 전기 모드만으로도 부족함 없이 주행이 가능했다. 변속기를 B(제동) 모드로 놓고 배터리 충전을 위한 회생 제동에 신경을 쓰니 연비가 ℓ당 22㎞를 훌쩍 넘어섰다.

고속 구간에 돌입하면서는 D(주행) 모드로 가속을 즐기기 시작했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도 빠르게 치고 나가는 맛이 있다. 100km 이상 주행에서도 주저함 없이 속도를 냈다. 다만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타이어가 채택된 만큼 코너를 도는 상황에서 차량을 확실하게 잡아주는 느낌은 부족했다. 여기에 조향도 다소 가볍기 때문에 무리한 코너링은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속도를 내기 시작하니 이 차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연비 운전은 접어두고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돌리자 차가 좀 더 경쾌하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내연기관 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펀 드라이빙’이 가능했다.

▲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보닛 아래에는 2017워즈 10 베스트 엔진에도 선정된 엔진인 2.0ℓ i-VTEC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강력한 출력을 자랑하는 전기 모터가 조합되어 있다. 2.0ℓ 엔진은 145마력과 17.8kg.m의 토크를 내며 최고 출력 184마력과 32.1kg.m의 토크를 내는 전기모터의 힘이 조합돼 시스템 합산 215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낸다. 사진=이건엄 기자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변속기 오른쪽 EV(전기주행) 버튼을 누르면 저속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EV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까지 더해 주행환경에 따라 총 3가지 주행모드로 선택해서 달릴 수 있다.

가격은 비싸지만 훌륭한 구성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보닛 아래에는 2017워즈 10 베스트 엔진에도 선정된 엔진인 2.0ℓ i-VTEC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강력한 출력을 자랑하는 전기 모터가 조합되어 있다. 2.0ℓ 엔진은 145마력과 17.8kg.m의 토크를 내며 최고 출력 184마력과 32.1kg.m의 토크를 내는 전기모터의 힘이 조합돼 시스템 합산 215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낸다.

이러한 파워트레인은 e-CVT와 조합되어 전륜으로 출력을 전달하는데 이를 통해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ℓ당 19.3㎞에 이르는 복합 연비를 자랑한다. 전기모터의 힘이 많이 반영되는 도심에서는 ℓ당 19.5㎞에 이르며 고속 연비 역시 ℓ당 18.9㎞로 무척 인상적인 수치다.

시승을 마친 후 최종적으로 계기반에 기록된 연비는 ℓ당 20.7㎞ 였다. 정체 구간에서 충실히 전기모드로만 달리고 급가속을 자제한다면 공인연비 보다도 월등한 효율을 보여줄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기술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혼다가 다시금 부활 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4320만원이라는 경쟁차 대비 다소 높은 가격이 책정된 점은 아쉽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가져야 될 내구성과 경제성, 여기에 주행 성능까지 모두 챙긴 만큼 귀추가 주목되는 차량이다.

▲ 후면 디자인도 화려함 보다는 절제미 보다 강조했다. 1세대 제네시스가 떠오른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코드만의 깔끔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잘 살린 느낌이다. 전폭을 강조한 후면 범퍼에 크롬 가니시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머플러를 범퍼 안쪽으로 숨겨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사진=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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