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재입찰” 채권단 “원칙대로”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중국의 더블스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던 금호타이어 매각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매각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우선매수권은 행사하지 않겠다면서도 재입찰을 요구하고 나서 채권단과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 여기에 기술유출로 홍역을 겪은 제 2의 쌍용자동차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사회 각계의 반대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인수전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6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해 반발해온 박 회장은 지난달 18일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산업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에게는 컨소시엄을 허용하고, 우선매수권자인 금호아시아나(박 회장)에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난 17일 최종 통지했다”며 “이런 부당하고 불공정한 매각 절차에는 더 이상 참여하지 않고 우선매수권도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발 물러선 박 회장…속내는?

금융권에서는 산은과 더블스타와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일단 한발 물러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해도 더블스타와 매각 협상이 불발되면 6개월 후에는 다시 박 회장 측에 매수청구권이 돌아가게 된다”며 “이번 딜로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 따른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서는 금호 상표권 사용 문제가 이번 딜의 최대 난제로 꼽고 있다. 더블스타 측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후 총 20년 동안 금호 상표권을 사용하는 방안을 원하지만 허가 권한은 박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금호 산업이 보유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특히 더블스타는 주식매매계약서(SPA)에 상표권 등 문제로 가격 조정에 나설 수 없도록 돼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상표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더블스타가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타진할 수 없고 사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호산업이 금호타이어에서 받는 연 60억원의 상표권 수익을 포기할 경우 경영진의 배임이 될 수 있어 결국 사용을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中더블스타 기술만 빼가고 먹튀
‘생존위협’ 대리점주 탄원서 제출

하지만 상표권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채권단이 보유한 총 2조2000억원 규모의 금호타이어 채권 만기를 연장해주는 문제나 방산 부문 매각 등은 정부의 승인과 정치권 등 여론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또 다른 난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매각 협상은 최장 5개월 내에 끝내야 하는데 이 같은 난제를 풀기에는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음달 9일 대선 결과에 따라 당국의 매각 허가나 승인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각 협상을 전망하기는 더 어렵게 됐다.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국 기업이 국내 방산 사업을 인수할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만약 산업부가 매각을 불허할 경우 주주협의회 측은 방산 부분을 분리해 매각하는 안을 더블스타에 제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박 회장 측은 “방산 사업의 경우 최소 4년에서 10년의 연구개발(R&D)이 필요한 분야”라며 금융 논리로 분리 등에 대해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금호타이어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대리점주들과 노조, 정치권 등 다양한 곳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와 협력업체들의 기술만 가져간 뒤, 광주와 곡성, 평택에 있는 국내 공장은 투자를 줄이거나 폐쇄하는 방법으로 ‘먹튀’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호타이어 전국 1500여개 대리점주들은 지난 25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매각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는 글로벌 34위 업체로 기술력·브랜드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져 14위인 금호타이어를 경영할 능력이 안 된다”며 “결국 전국 대리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센 반대 목소리에 매각 전망 ‘불투명’

금호타이어 노조 100명은 11일과 28일 각각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전 구성원의 고용보장이 담보되지 않는 매각 작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상경 투쟁을 전개했다.

노조는 앞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고용보장 촉구 성명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요구가 철저히 묵살 당했다며 산업은행을 비판했다.

노조는 “주식매매계약과 관련해 고용보장 내용 및 국내공장 향후 경영계획 및 투자 내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길 요청했지만, 산업은행은 이런 요구 사항들을 묵살하고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전 구성원 고용보장 내용이 명확히 담보될 수 있는 매각이 아니라면 즉각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2년 연속 실적부진과 1조4000억원 이상의 채무상환 부담을 안고 있는 경영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중장기적 고용보장에 대한 현실적 방안 없이 자본력, 기술력, 글로벌 경영능력이 낮은 더블스타나 인수과정에서 과도한 부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박 회장에게 넘어가는 것을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고용안정 및 고용 유지 ▲국내공장 물량감소 방지 ▲국내공장 규모 유지 ▲노동자 희생 강요 금지 ▲독립체제 회사 경영 등 총 5가지를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생산 중단 등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도 산업은행을 향해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금호타이어는 호남에서 오래된 회사로 광주에서 많은 역할을 한 회사”라며 “현재 회사가 많이 어렵지만 왜 이렇게 급하게 매각을 강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왜 무리하게 매각하려고 하는지, 현행 채권단 상태를 유지해달라는 게 노조의 입장”이라며 “산업은행과 회사, 노조 측과 상의해서 어떤 방식이 금호타이어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고 동시에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스타 인수 능력 의문…이자도 못 내

대리점주와 노조, 정치권에서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 이후 과연 매각 대금을 감당할 능력이 될지에 대해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실제 더블스타와 칭다오시 소유의 투자회사 등 5개사로 구성된 ‘더블스타 컨소시엄’은 인수 대금 9550억원 중 2230억원만 출자했다. 나머지 7200억여원은 중국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약속받고 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스타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기준 96억원이다. 7000억원대 대출을 연 5%대 금리로 계산했을 때 이자 연 350억원의 3분의1에도 못 미친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에 비해 자산규모도 작고 재정 상황도 열악해 기술이전만 끝내면 곧 바로 재매각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더블스타의 자산규모는 약 1조2000억원이다. 금호타이어(약 5조원)의 4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매출은 약 2000억원에 불과하다. 금호타이어의 세계 판매 순위는 14위로 더블스타는 32위에 불과하다.

이처럼 매각 과정에서 각종 변수와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당사자인 금호타이어의 상황은 악화일로에 들어서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돈맥경화’도 심해지면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채권회전율은 4.72회로 전년(5.15회)보다 0.43회 줄었다. 이에 따른 매출채권회전기간은 77.39일로 같은기간(70.94일) 대비 6.45일 늘었다.

매출채권은 외상매출과 받을 어음 등 ‘외상 판매대금’을 뜻한다. 매출채권회전율이란 이같은 매출채권이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인 매출로 몇 번이나 전환됐는지는 보여주는 수치다. 또 매출채권회수기간은 외상 판매대금 등이 매출로 잡히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보여준다.

즉 금호타이어의 매출채권은 지난해 약 77일 동안 5번 가까이 실제 매출로 전환된 셈이다. 이들 수치가 하락했다는 것은 매출채권을 회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그에 따른 대손발생의 위험이 증가하고 수익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물건을 만들어 파는 기업들에게 ‘외상값’ 관리는 피할 수 없는 숙제인 만큼 지나치게 쌓일 경우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상표권 사용·防産 매각도 난항
차기 정부 손에 넘어갈 수도

경쟁사들의 흐름은 금호타이어보다 나았다.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채권회전율은 각각 6.26회, 5.98회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매출채권 회전기간은 한국타이어가 58.34일, 넥센타이어가 60.99일로 금호타이어보다 빨랐다.

이에 더블스타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재정상황이 악화된 것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더블스타의 영업망과 서비스망을 적극 활용해 지원에 나서면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 인수를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감행했다”며 “더블스타의 경우 금호타이어의 중국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 유출에 대해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