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에 의해 휘둘리는 ‘제로섬게임’…피해 급증

▲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최근 ‘IDS홀딩스 사건’ 일당 가운데 중요 혐의자가 도피 9개월만에 구속되면서 원금과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폰지사기’, 즉 유사수신 행위 주의보가 또 발령됐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IDS홀딩스 산하 도무스그룹장을 맡았던 유한열(61)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지난해 10월 검거된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47)씨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 조사 결과 현재까지 IDS홀딩스 관련 피해자만 1만2076명에 피해액은 1조960억원으로 피해자 1명당 단순 피해액만 9075만원에 달한다. ‘제2의 조희팔 사건’이라 불리는 이유다.

IDS홀딩스는 ‘FX마진거래(Foreign Exchange Margin Trading)’라는 투기성 짙은 방식을 통해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FX마진거래는 금융감독원도 신종 유사수신 수법 중 한가지로 꼽을 만큼 관련 사기 사건이 많아 유의해야 한다.

투자 전문가들은 IDS홀딩스가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악용한 ‘FX마진거래’가 투기에 가까운 투자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FX마진거래가 마진(Margin·증거금)의 수백배에 달하는 외환거래를 하면서 환차익을 노리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2008년부터 활성화된 FX마진거래는 국제외환시장(Forex·FX)에서 복수의 외국환을 매수·매도해 차익을 얻는 파생상품(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상품) 거래 방식으로 ‘장외해외통화선물거래’라고도 부른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FX마진거래를 통해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를 거래할 경우 미국달러를 매입함과 동시에 일본 엔화를 매도하게 된다. 투자자는 이 과정에서 환차익을 실현하는 식으로 수익을 거두게 된다.

FX마진거래는 ‘양방향 거래’가 가능하다. 즉 환율이 오르는 방향으로 돈을 걸 수도 있고, 반대로 떨어지는 방향으로 걸 수도 있다. 예측이 맞기만 한다면 세계 경제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관계없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개인투자자 수익 실현 불가능

그렇다면 왜 FX마진거래는 업계에서 ‘악마의 투자’라고 불릴까? 실상을 보면 FX마진거래는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실현할 수 없는 투자방식이기 때문이다.

우선 FX마진거래가 투자자들 사이 인기를 끌게 된 ‘레버리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렛대 효과를 뜻하는 레버리지는 경제적 의미로 ‘빚을 이용한 투자’를 뜻한다. 또 ‘레버리지 비율’은 마진과 전체 투자금액 간의 비율을 의미한다.

FX마진거래에서 레버리지 비율은 적게는 1대 10에서부터 많게는 1대 1000까지 적용된다. 1대 1000의 경우 단돈 10만원으로도 1억원에 달하는 외환을 움직이게 될 수 있다. 물론 나머지 9990만원은 빚이다.

높은 레버리지 비율은 경우에 따라 높은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투자한 뒤 환율이 예상한 방향대로 1%만 움직여도 100만원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이때 레버리지 비율이 1대 1000인 경우 초기 투자금 10만원의 10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1억원을 투자한 뒤 환율이 예상한 반대방향으로 1%만 움직여도 100만원을 잃게 돼 초기 투자금에서 10배의 손실을 보게 된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형 투자인 셈이다.

문제는 국제 환시장과 같이 고액이 움직이는 투자처에는 해당 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즉 개인투자자로선 주가가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함부로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변동성이 큰 유럽 주요국가와 미국 등의 경우 순식간에 원금을 잃을 수 있다.

FX마진거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다. 엄청난 투자금을 갖고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소수의 투자자들은 돈을 벌겠지만, 반대로 소액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앞서 말한 레버리지 효과가 맞물리면 손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또한 FX마진거래는 예금자보호대상 상품이 아닌 원금손실형 투자방식이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2009년 기준 FX마진거래 계좌 중 90%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후 2012년 말 65%까지 손실계좌 비율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투자자 60%이상은 손실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파생상품 거래 중 FX마진거래는 투기에 가깝다”며 “동전을 던져 앞이 나오면 돈을 받고 뒤가 나오면 잃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FX마진거래를 이용한 투자사기 사례

FX마진거래 관련 유사수신 행위도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사수신 혐의로 수사 통보된 151건의 사건 가운데 FX마진거래 등 신종 범죄는 39건으로 전년(27건) 대비 12건 늘었다. 이는 전체 유사수신 범죄 가운데 25.3%에 달한다.

IDS홀딩스의 경우 FX마진거래나 셰일가스 사업 등에 투자한다고 주장하며 거래량을 조작하는 가짜프로그램을 공개해 투자자의 믿음을 얻었다. 또 여의도 IFC몰에 대형 사무실을 차리고 투자 설명회도 여는 등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공을 들였다.

지난 3일 대구에서는 FX마진거래로 투자자들 끌어들여 8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전모(32)씨가 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2013년 7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투자자 56명을 상대로 “FX마진거래로 월평균 15~30% 수익을 내고 있다”며 “투자하면 매월 5~10% 수익금은 물론 1년후 투자원금까지 돌려주겠다”고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6월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투자금 18억여원을 챙겨 해외로 달아난 범죄자가 경찰에 붙잡히는 등 관련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FX마진거래 등 첨단금융기법이나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치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가장해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는 사기가 늘고 있다”며 “FX마진거래는 제도권 금융회사만 인가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업체를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 조회해 인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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