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9% 관계자로부터…안 퍼주면 죽는 동서유지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주인은 같지만 다른 회사. 이들끼리 일감을 몰아주는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규제 대상이 되는 대기업들은 총수 일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내부거래를 줄이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중소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파이낸셜투데이>는 규제의 눈길을 피해 슬금슬금 내부거래를 늘리고 있는 업체들을 짚어봤다.

◆ 프리모커피 ‘동서유지’

▲ 사진=뉴시스

식자재 전문 유통업체 ‘동서’는 국내에 동서식품‧동서유지‧성제개발‧대성기계‧동서음료‧미가방 등 6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오너 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회사는 ‘동서유지’다. 이 회사는 매출의 90% 이상을 ‘집안’에서 나온 일감으로 충당했다.

1987년 4월에 설립된 동서유지는 식물성유지와 정제된 식용유 등의 제조와 판매, 커피포장 등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 ‘프리마’가 동서유지의 대표 제품군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동서유지는 지난해 총 15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동서유지가 계열사로부터 얻은 매출은 1541억원으로 무려 98.9%에 달한다. 이중 동서식품을 통해 올린 매출만 1167억원이다. 이밖에 동서와 미가방에서 각각 351억원, 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서유지의 과도한 내부거래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동서유지는 2005년(89%) 이후 내부거래율이 단 한번도 9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94~95%를 유지하다가 2010년 97% 뛰어올랐다. 이어 ▲2011년 97.9% ▲2012년 98.1% ▲2013년 98.9% ▲2014년 98.8% ▲2015년 98.9% ▲2016년 98.9% 등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동서유지의 매출 전부가 안방에서 나온 셈이다.

물론 아직까지 동서는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 현행법상 내부거래 규제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상당히 높은 동서유지의 내부거래율은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서유지는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리고 있다. 1987년 자본금 10억원으로 시작한 동서유지는 합작투자계약에 따른 증가를 거쳐 지난해 말 기준 800억원대로 자본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동서유지의 영업이익은 189억원으로 전년동기(192억원) 대비 1.6% 줄었지만, 매출은 같은기간 대비 4.1% 늘었다.

회사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서 관계자는 “동서유지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프리마’와 커피포장 등은 판매를 위해선 그룹을 거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합병이나 기업결합을 하지 않는 이상 동서유지의 내부거래율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2013년 성제개발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동서유지의 지분은 ㈜동서와 Kraft Foods Trading Singapore가 각각 48%, 49%를 소유하고 있다. 동서유지의 대주주인 동서의 지분구조를 보면 김재명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19.40%, 장남인 김상헌 동서 고문이 18.86%, 김 고문의 장남인 김종희 동서 전무가 11.04%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김상헌 고문의 부인 한혜연 씨는 3.61%, 두 딸인 은정, 정민 씨는 각각 3.61%, 3.46%를 가지고 있다.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의 부인 문혜영 씨는 2.01%, 장남 동욱 씨와 차남 현준 씨는 각각 2.08, 1.89%의 동서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친인척들의 지분율을 종합하면 오너 일가가 보유한 동서 지분율은 66.39%다.

한편 동서그룹은 대표적인 가족경영 회사로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은 부의 대물림과 관련된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김종희 동서 전무가 대주주로 있는 동서그룹 계열사 성제개발과 관련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빚어 2013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성제개발은 동서식품과 동서물산 등 계열사에서 매출을 거둬 ‘세금없는 승계’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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