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 명목 업계 규제에 초점… 각 업계 볼멘소리 커져

19일 오후 '100 + 새로운 대한민국' 국정과제 보고대회가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국정운영 5개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개혁 5개년 계획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금융 정책 전반을 다루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분리되는 것을 시작으로 업계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는 정책이 이어질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관련 정책이 대체적으로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은행과 보험, 카드, 대부업계 등 금융업 전반이 이번 정책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점차 커질 전망이다.

20일 금융분야 국정개혁과제를 보면 금융사와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들이 다수 확인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다음달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적용 가맹점 확대에 이어 2019년에는 가맹점 수수료 전반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과도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 소상공인·자영업자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카드사의 2013년 이후 수수료 수익은 총 38조5104억원이었다. 2013년 8조5152억원에서 지난해 10조7346억원으로 26.0%나 늘었다. 당국은 이러한 카드사 수수료 매출 증가를 높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는 발끈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카드 수수료를 0.2~0.7% 내렸고 우대수수료 범위 확대도 참았는데, 또 다시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는 또한 카드사 주 수입원인 수수료가 규제 대상이 돼 당황스럽다는 눈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우대 수수료 범위 확대만 해도 카드업계 전반에 4000억원의 손실을 가져다줄 것으로 확인됐다”며 “수수료 수익이 줄면 인력을 감축하거나 고객에게 돌아갈 각종 서비스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 도입도 카드업계에는 악재다. 부가세 대납제는 그간 가맹점이 일률적으로 납부하던 부가세를 카드사가 대신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대납제 도입을 통해 부가세에 빈번히 발생하던 탈세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관련 인프라 구축비용 부담과 민간회사가 세금 징수과정에 개입하는 데 대한 부담으로 해당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소상공인 협회도 대납제가 도입될 경우 분기당 한번씩 내던 부가세를 결제 때마다 내게 되면 현금 유동성이 떨어진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험업계도 이번 규제에 포함됐다. ‘특수고용직도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한다’는 국정개혁과제가 그것이다. 해당 정책으로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보험설계사 40여만 명을 근로자로 인정해 고용보험을 들어주게 됐다. 보험사로선 인건비 부담 요소가 늘어난 셈이다.

실손보험료 인하가 정책에서 빠지고 대신 보장성 강화가 언급된 부분에 대해선 다소 의외라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달 초 실손보험료 인하를 둘러싸고 보험업계와 논쟁을 벌여왔다. 국정위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인해 보험사들이 얻은 반사이익만 1조5000억원”이라며 업계에 보험료 인하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이번 정책 발표에는 ‘선별급여 적용항목 확대와 신포괄수가 확대로 비급여 풍선효과를 해소하겠다’는 내용으로 보장성 강화를 시사했다. 실손보험료 손해율 문제를 보험사에만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자 정부가 한발 뺀 모양새다.

인터넷은행들은 기대하던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이번 정책 발표에 포함되지 않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을 최대 10%(의결권 지분한도는 4%)까지만 보유하도록 하는 은산분리는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에 발목을 잡는 규제로 인식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100 + 새로운 대한민국' 국정과제 보고대회가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정운영 5개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 또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를 예외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국이 은산분리 ‘바통’을 국회로 넘긴 가운데 여당 내에서 관련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 지원사격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순항에도 차질이 갈 전망이다.

최고금리를 인하해 서민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정책에는 대부업체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3월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이후 3분의 1이 문을 닫거나 신용대출을 중단한데 이어 추가 금리 인하가 이어지면 업계 존립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승보 대부금융협회장은 “대부업체가 폐업 또는 영업중단한 주요 원인은 낮아진 상한금리 여파로 신용대출에서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존폐 기로에 선 영세 대부업체들이 폐업이나 음성화되지 않도록 과도한 금리인하 정책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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