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출근인데 자정 가까이 훈련…밥 줬다고 보상비 안줘

올 하반기부터 새롭게 바뀐 예비군훈련(향방작계)이 직장인 예비군들 사이에서 또다른 갑질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은 예비군훈련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오만학 기자]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문화가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부터 새롭게 바뀐 예비군훈련(향방작계)이 직장인 예비군들 사이에서 또다른 갑질로 인식되고 있다.

2일 복수의 예비군들의 제보에 따르면 이번 하반기 향방작계 예비군훈련부터 훈련시간이 야간(오후 5시~11시)으로 변경됐다. 향방작계훈련이란 전시에 내가 지켜야 할 동네의 주요 거점과 시설을 둘러보는 훈련으로, 1~6년차 예비군 중 동원미지정자가 하루 6시간씩 일 년에 두 번 받게 된다. 예비군 훈련을 거주지 근처 주민센터에서 받다보니 지금까지 향방작계훈련 대상 예비군 중 직장인들은 훈련 당일 회사에 월차를 내고 훈련에 참가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후반기 들어 훈련시간이 야간으로 변경됐다. 특히 오후 5시까지 지정된 장소로 소집을 명령하고 있어 직장인 예비군들은 훈련 참가를 위해 억지로 회사에 반차를 써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반차를 쓰고 예비군훈련에 참가해 자정이 다 돼서까지 훈련을 받은 후 다음날이 되면 어김없이 출근을 해야 해 예비군들 사이에선 크고 작은 원성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의 모 전자회사에 다니고 있는 한 예비군은 “훈련을 받고 집에 들어가 잠자리에 누우면 새벽 1시가 다 된다”면서 “다음날 출근 준비를 하려면 잠을 4시간밖에 못 자는데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하소연했다. 또 그는 “마음 같아서는 훈련에 불참하고 싶지만 예비군 측에서 ‘훈련 불참하면 고발된다’느니 엄포를 놓아서 울며 겨자 먹기로 참석했다”고 전했다.

엄연히 야간노동을 시키면서 적절한 보상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도 논란거리다. 복수의 예비군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각 예비군훈련부대는 예비군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별도의 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 예비군은 “저녁이라고 4000~5000원 하는 도시락 줬으면서 그거 때문에 보상비를 안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6시간 꼬박 삽질한 내 야간노동 대가가 0원이라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한편 파이낸셜투데이는 이 같은 향방작계훈련 시간의 변경과 예비군들의 원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주부터 국방부 측에 유선연락과 이메일을 통해 답변을 요구했지만 국방부는 ‘바쁘다’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이유만 대며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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