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유인·습격 컨셉…정육점 고기 취급한 조형물도 논란

롯데월드는 지난 5일 잠실 롯데월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일부터 오는 11월 5일까지 진행되는 ‘호러 할로윈2’ 축제 공개행사를 가졌다. 사진은 지난 5일 호러 할로윈 행사에서 거대 좀비가 관광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오만학 기자

[파이낸셜투데이=오만학 기자] “관광산업이 많이 어렵습니다.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시고 격려해주시면 힘을 내고 관광산업에 더 많이 투자하겠습니다.”(박동기 롯데월드 어드벤처 대표)

대내외적으로 갖은 악재가 겹쳤던 탓이었을까. 롯데월드는 이번 ‘호러 할로윈 2: He’s BACK’ 기자간담회에서 ‘철저한 읍소 전략’으로 나섰지만 기자들에게 공개된 호러 할로윈 행사 곳곳에서는 ‘여혐(여자 혐오의 준말) 논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모습이 연출됐다.

롯데월드는 지난 5일 잠실 롯데월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9월 1일부터 오는 11월 5일까지 진행되는 ‘호러 할로윈2’ 축제 공개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롯데월드 관계자들은 롯데월드가 처한 악재를 토로했다. 장성국 롯데월드 영업본부 본부장은 “기존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80%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 비율이 사드배치 문제로 개인 관광객을 제외하고 뚝 떨어졌다”며 “현재 외국인 방문객 비율이 25% 정도”라고 호소했다. 또 그는 “요즘 언론에서 (롯데월드가) 너무 부정적인 모습만 부각되고 있다”면서 “시각을 다르게 해 긍정적으로 바라봐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롯데월드가 공개한 ‘호러 할로윈2’ 행사 곳곳에서는 ‘여혐’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주로 약자인 여성을 좀비들의 습격 대상으로 삼는 컨셉이었다.

롯데월드는 사전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롯데월드에서 호러를 체험하기 전 (호러 할로윈)광고 시청이 필수’라고 밝혔다. 해당 광고에서는 한 여자 아이가 ‘아빠를 잃어버렸다. 아빠를 찾아달라’면서 롯데월드 어드밴처를 찾은 세 명의 여성들을 유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아이를 따라가던 이들은 좀비들의 표적이 되고 만다. 유명 BJ가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컨셉으로 구성된 ‘좀비 실황 라이브’ 역시 ‘여성 BJ를 좀비들의 소굴로 유인해 습격’하는 시나리오로 짜여졌다.

오는 11월 5일까지 66일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롯데월드 '호러 할로윈2'가 여혐 논란을 빗고 있다. 사진은 얼마 전까지 롯데월드에 설치된 여성 인육을 표현한 조형물(사진 왼쪽)과 통제구역M에서 한 연기자가 전동톱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 오른쪽).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및 오만학 기자

오후 8시 30분이 되면 좀비 아일랜드에서 진행되는 좀비 퍼포먼스 '통제구역 M'도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통제구역 M은 80여명의 좀비들이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인 '스릴러(Thriller)'에 맞춰 좀비 군무를 추는 거리 공연이다. 공연 중 좀비들은 종종 관람석에 있던 여성연기자들을 끌어내 피를 빨아먹는 모습을 연출하고 전동톱으로 이들을 위협한다. 폭행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게다가 지난 5일에는 호러 할로윈에 등장한 부적절한 조형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여성혐오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누리꾼들의 제보에 따르면 롯데월드는 정육점에서 볼 수 있는 비닐팩에 인육을 포장한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했다.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롯데월드는 해당 조형물을 철거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과 관련 박순오 롯데월드 마케팅부문장 상무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연출 부분에 있어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의역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누구나 (호러 할로윈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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