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에서부터 자기소개서 질문까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상반기 ‘한파’가 불어 닥쳤던 은행권 채용시장이 하반기 들어 활짝 열렸다. 국민·우리·신한·기업은행 등 4대 은행이 채용 계획을 발표했고, 여기에 농협과 하나은행의 채용 예상인원을 합치면 하반기 충원될 인원만 1800명에 달한다. 상반기 좁은 은행권 채용문으로 쓴맛을 다신 취준생들이 신입 행원의 자리를 노려볼만 한 상황이다.

이번 공채에는 ‘블라인드 채용’도 확대돼 실력 본위의 경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역량이 중요할지 다소 모호한 상황. 파이낸셜투데이는 은행권에 취업을 준비 중인 분들을 위해 직접 채용공고에 지원해보면서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

◆몇 명이나 뽑나?

현재까지 시중은행 하반기 공채 공고는 농협과 하나은행 제외한 국민·신한·우리·기업은행 등이 발표했다. 채용 인원을 보면 ▲국민은행 500명 ▲우리은행 500명 ▲신한은행 450명 ▲기업은행 250명 등이다. 아직 채용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하나은행은 조만간 채용공고를 통해 200명 가량 충원할 것이라 밝혔고, 농협도 상반기 200명에 준하는 수준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의 채용인원은 총 18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블라인드 채용’의 정체는?

주요 은행들이 블라인드 채용 의사를 밝히면서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준비생들은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서류전형에서 학력과 사진, 출신 지역 등을 보지 않는다고 하니 ‘진짜 능력 본위로만 뽑나’하는 생각도 들 법하다. 하지만 확인 결과 대다수 은행이 서류전형 단계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았다.

출신 학교와 학력과 사진, 생년월일, 성별 등을 모두 배제한 ‘진짜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곳은 기업은행 뿐이었다. 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서류전형 뿐만 아니라 필기시험과 면접 등 모든 절차에서 완벽한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공채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이밖에 신한은행도 서류 접수 시 사진을 넣는 공간을 없앴다. 하지만 나머지 은행들은 아직까지 서류 접수 단계에서 출신 학교나 사진, 성별, 생년월일 등을 요구하고 있어 완벽한 블라인드 채용이라 보긴 힘들었다.

◆어떤 역량이 중요할까?

은행권 모두 입사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를 중요시하게 여겼다. 서류전형 단계에서 모든 은행들이 자기소개서에 입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을 물어봤다. 특히 이들은 다른 은행이 아니라 왜 이곳에 오고 싶어하는지, 그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각 은행마다 인턴이나 공모전 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은 현장면접을 통해 서류전형을 우대해주는 과정도 있다. 은행권 입사를 꿈꾸는 취준생이라면 이 같은 준비를 미리 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사별 IT역량을 갖춘 인재를 뽑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국민은행 (IT 00명), 신한은행 (디지털/빅데이터 00명, IT 00명), 우리은행(IT 00명, 디지털 0명), 기업은행 (IT 00명) 등 모든 은행이 IT와 디지털 부문에 두 자리 수 인원을 채용한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은행의 특성 상 제2외국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적극 채용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인도나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면 은행권에서 선호하는 인재가 될 수 있다.

◆각 은행별 자기소개서 질문은?

은행들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역량은 채용 동기와 관련 경험, 차별점 등이지만 이밖에 자기소개서 상 은행별로 물어보는 질문들은 조금씩 달랐다.

우리은행의 경우 창의적 역량을 요구하는 질문이 있었다. 제시어 8개를 주고 본인의 삶과 가치관을 담은 1000자 분량의 에세이를 작성하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남들과 차별화된 경험이나 추천하고 싶은 경험을 기술하는 문항이 있었다. 또한 기업은행은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가장 기억에 나는 선택의 순간’이라는 철학적 질문이 눈에 띄었다.

취업포털 회사 한 관계자는 “은행권이 지원자의 직무 적합성과 이해도를 판단하기 위한 질문뿐만 아니라 삶의 가치관을 알아보는 등 질문지가 다각화되고 있다”며 “자기소개서에 단어 나열을 하기 보단 은행권 취업을 위한 본인의 경험을 글에 녹여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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