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업체들 아직 움직임 없어… 은산분리 규제·특혜 논란 등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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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금융당국이 공식화한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하나은행이 가장 적극적인 가운데 유력 업체들은 다소 시큰둥한 반응이다. 앞선 1차인가 때 진출을 시도했던 업체들은 아직까지 움직임이 없고, 새롭게 손꼽히는 기업들 또한 진출을 주저하는 모양새다.

은행법 상 은산분리 규제가 쟁점사항으로 묶여 법 완화가 요원하다는 게 이들의 인터넷은행업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또한 최근 정치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특혜를 문제시하는 상황이라 은행업 진출을 꿈꾸는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인가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앞서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단기간에 소비자에게 좋은 호응을 얻은 점을 감안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추가 참여 기업의 시기 등을 조율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업체 진입 등을 고려한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설립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공식 발표와는 달리 업체들 반응은 다소 미적지근하다. 우선 가장 유력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후보였던 네이버의 경우 최근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부분이 신규 사업 진출에 걸림돌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준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라 비상장사의 주요 사항이나 기업집단 현황,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등을 공시해야 한다.

네이버 측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보단 오히려 최근 상호 지분을 교환한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새로운 사업을 들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력후보로 꼽혔던 미래에셋증권 또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과는 멀어지는 모양새다.

1차인가 당시 ‘아이뱅크은행’ 컨소시엄으로 은행업 진출을 시도했다 좌절한 SK텔레콤은 최근 하나은행과 함께 금융플랫폼 핀크(Finnq)를 함께 출시하며 새로운 핀테크 산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핀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은 부인하는 모습이다.

민응준 핀크 대표이사는 “인터넷은행으로 전환하면 본격적인 은행 서비스를 할 수 있어도 범용 금융 플랫폼이 되기는 힘들다”며 “핀크 자체가 인터넷은행으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역시 “당장은 인터넷뱅킹이라는 사업모델보다 AI기반 핀테크로 하나금융이란 파트너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하나은행 측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여지를 남겼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핀크 출범식에서 “인터넷전문은행사업은 충분히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정책방향을 정하면 관심 있게 들여다 볼 것”이라 밝혔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또한 같은 자리에서 “정부가 정책방향을 정하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검토할 수 있다”고 긍정적 의사를 보였다.

이밖에 앞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시도했던 인터파크와 교보생명, 웰컴저축은행 등도 물망에 꼽히고 있지만 현재까지 반응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은행법상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선행되어야만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의 10%, 은행 의결권 지분의 4%를 넘게 소유할 수 없다는 은산분리 법안은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의 은행업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재 국회 내에서 은산분리 완화는 ‘인터넷전문은행 발전을 위해 예외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화될 수 있다’는 반론이 엇갈려 쟁점사항으로 놓여있다. 은산분리 규제가 풀어지지 않는 한 기업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주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들어 인터넷전문은행의 특혜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또한 기업들의 은행업 진출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뉴시스

지난 13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회도서관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특혜,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케이뱅크의 인가상 특혜를 둘러싼 문제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에 주어지고 있는 특혜의 부당성 등이 논의됐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은산분리 원칙은 ‘사실상의 지배 규제’ 대신 ‘명목상의 주식 보유 비율 규제’ 방식의 허점 때문에 일부 사각지대를 노출하고 있다”며 은산분리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함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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