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롯데마트 2000억원 영업손실 예상…사업 지속은 독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롯데마트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견디지 못하고 사실상 중국에서 떠나는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업계가 잇달아 긍정적인 판단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마트가 중국 사업의 이른 철수를 통해 일정부분 손실을 메우고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 없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영업의 어려움을 겪은 롯데마트 매장 112곳을 매각하기로 했다. 현재 전 지점을 매각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협상 조건에 따라 일부만 매각하는 차선책도 검토 중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중국 사업 철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며칠 만에 입장을 뒤바꿔 사업 철수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이미 롯데마트가 중국 사업 철수를 사전에 검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중인 상황에서 급작스런 철수 발표는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결정을 미룬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난 14일 공식적으로 롯데마트 철수 입장을 밝힌 이후 증권업계는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사업 철수가 쉽지 않은 만큼 일부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중국 롯데마트는 약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롯데마트는 지난해 영업손실 1400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 사업 철수를 미룰 경우 되레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이번 롯데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밑빠진 독에 더는 물을 채우지 않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주가에는 긍정적”이라며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쇼핑 해외마트의 영업적자는 830억원 수준인데, 지금으로서는 빠른 매각만이 추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중국 롯데마트 사업은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물론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사드 보복이 불을 지폈지만, 부진은 그 이전부터 계속됐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은 오랜 기간 부진으로 구조조정 중이었으나 사드 갈등에 따른 영업정지로 정상화 노력도 어렵게 됐다”며 “현 상황에서는 영업정지가 풀리더라도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안정적인 영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3월 소방법 위반을 이유로 폐쇄된 중국 베이징의 롯데마트 지점 앞에서 한 여성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뉴시스

롯데마트의 매각 절차에 대한 우려도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미 중국 내 유통업체 시장이 포화 상태가 돼 중국 롯데마트의 매각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이마트와 달리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수가 많아 매물로 훌륭하다는 것. 

손 연구원은 “중국 롯데마트의 매각은 과거 이마트 철수 과정보다 쉬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 철수는 이마트와 달리 대규모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지주사로 모습을 바꾸고 있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오히려 롯데마트 중국 사업 철수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중국사업 철수 과정에서 상당 규모의 위약금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구조적 부실을 떼어낸다는 점에서 비용 측면은 주가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이유다. 중국의 롯데마트가 파산하는 것이 아니라 매각이라는 점도 일부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구조를 유지한다면 중국 사업 리스크는 모회사인 롯데쇼핑 사업회사와 상위의 롯데지주로 이어지고 결국 중국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전이되고, 이는 분할·합병을 반대했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논리가 현실화 되는 것”이라며 “중국 내 롯데마트 구조조정은 지주사 출범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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