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공급과잉 프레임, 사다리 걷어차기일 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오만학 기자] 정부의 저비용항공사(LCC) 추가 허가 승인 결정이 연기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기존업계가 파이 나눠먹기를 거부하고 이기주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기존 13일에 내리려고 했던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에 대한 국제항공운송면허 승인 결정을 연기했다. 재무건전성, 항공시장 상황, 과다경쟁 여부 등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결정시기는 확답할 수 없지만 꼼꼼히 검토해 빠른 시일 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은 국토부에 국제항공운송면허를 신청했다. 국토부가 이들에게 운송면허를 발급하면 국내 LCC업계는 8개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이상 6개 업계가 진출중이다. 여기에 에어대구, 프라임항공, 에어포항, 남부에어 등도 운송면허신청을 준비 중이어서 이들까지 모두 허가하면 12개로 늘어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기존 항공업계는 ‘과다경쟁으로 인한 공멸 위기’, ‘신규사의 자금 조달 문제’ 등을 이유로 추가적인 면허 승인을 반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기존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LCC 개수가 6개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업계가 추가된다면 공급과잉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실제로 사업을 해 보니 국토부에서 요구하는 자본금 외 훨씬 많은 운영비용이 들어간다”면서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은 신규업계가 충분한 자본조달 능력을 갖추었는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존 항공업계는 신규업계의 면허허가를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지난 7월 국토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업계의 기우와는 다르게 올 상반기 LCC의 국제선 여객 실적(분담률)은 중국노선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49.1% 증가한 25.1%를 기록했다. 또 국제선 여객 점유율도 2015년 13.%,  2016년 18%, 2017년(이상 상반기) 26%로 최근 3년 간 꾸준히 늘었다.

특히 2015년 당시 에어서울이 새로 항공시장에 진출했을 때도 기존 업계 사이에서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적 성장세는 변함없었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LCC의 공급력 확대 등으로 올 하반기에도 항공여객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금조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허가 요건으로 자본금 150억원 이상, 항공기 3대 보유를 요구하고 있다.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은 국토부에 면허허가를 신청하며 각각 자본금 450억원, 185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에어로K는 대표적인 국제 항공기제조업체인 에어버스와 신형기 A320 8대 구입 계약을 맺었다. 에어로K 관계자는 기존 업계들이 제기하는 ‘과당경쟁 논리’에 대해 “기존 업체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소비자 편익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형항공사들이 파이가 줄어드는 데에 위기감을 느끼고 텃세를 부리는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형항공사들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2015년 51.7%, 2016년 45.6%, 2017년(이상 상반기) 42.8%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신규 LCC의 시장진입으로 기존에 있는 항공사들은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2015년 에어서울 진출 당시 기존 항공업계의 '공급과잉' 반발에 부딪혔던 아시아나항공·에어서울마저 기득권 입장에 선 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당시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은 기존업계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저가항공 수요가 증가해 공급과잉논란은 이치에 맞지 않고, 비용절감 차원에서도 저가항공사 출범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공급과잉 논란에 대해 “보통 ‘공급이 과잉됐다’는 것은 수요가 못 따라간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여객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 공급과잉이란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라며 “기존 업계들의 ‘공급과잉’ 프레임은 사다리 걷어차기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신규 업계들이 자꾸 진입한다는 것은 항공시장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라면서 “경쟁이 과열돼야 소비자편익이 증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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