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정관변경 건 반대입장 피력… 주총 끝나도 노사간 내홍 여지있어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KB금융지주의 정관변경과 사외이사 선임 여부가 걸린 주주총회가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정관변경 건에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판세가 기울고 있다. 금융권 내에선 정관변경 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선임 안건까지 모두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전망이 맞아 떨어질 경우 향후 KB노조협의회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국민연금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오는 20일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 안건인 정관 변경 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정관 변경 건은 우리사주조합의 위임을 받은 KB금융 노협이 제안한 건(제4호)이다. 대표이사가 그룹 내 리스크관리·평가보상·사외이사후보추천·감사위원후보추천·지배구조·감사위원회 등 7개 위원회에서 배제되는 내용이 담겨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내 제 위원회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해 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대표이사의 전횡을 예방한다는 게 목적이라는 KB노협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원회는 주주가치 훼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대표이사가 지배구조위원회에 배제되면 계열사 대표이사 자격요건 설정이나 후보자 검증 및 심사, 해임기준 설정 등과 같은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KB금융 총 주식의 9.68%를 가진 최대주주가 정관변경에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해당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정관 변경은 의결권 주식 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해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의결권 주식 수 4분의 1 이상이 참석해 참석주주 2분의 1 이상 동의를 거쳐야 하는 다른 안건에 비해 기준이 높다.

뿐만 아니라 의결권 자문회사 3사도 KB노협 측 두 안건에 모두 반대의사를 밝혔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반대 입장을 공개한데 이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대신경제연구소도 같은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이들은 계열사에 대한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약화하는 부분이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며, 사외이사 또한 내부 기여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KB노협은 신경이 곤두선 분위기다. 외국인·기관 등 주요 주주의 설득을 진행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현재 어느 수준까지 주주 마음을 얻었는지 공개하기는 꺼리고 있다.

노협 측 관계자는 “위임장 모집이나 주주 설득에 관한 부분은 대외비라 말하기는 그렇다. 하지만 현재 최대한 이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며 “주총 예상 시나리오가 다양해 결과에 대해 쉽게 낙관이나 비관을 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전반적으로 두 안건이 모두 통과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임기 이후 신한금융지주를 실적에서 제치는 등 회사 발전에 기여를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만약 KB노협이 제출한 두 안건이 모두 주총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KB노협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KB노협이 통과되지 못할 안건을 밀어붙여 회사와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란 시각도 보내고 있다.

여기에 노협 측이 문제제기 한 윤종규 회장 연임 관련 설문조사 조작 의혹으로 KB금융은 한 차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또한 투기자본감시센터 고발건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지난달 막 시작된 상황이다. 주총이 끝나더라도 KB금융에는 아직 내홍이 일어날 여지가 큰 상황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연금은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선 입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문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KB금융 이사회 내 위원회 가운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일부 위원회에 대한 대표이사의 영향력 행사를 막는 것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혀 찬성 가능성을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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