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정관 변경안 재상정, 조작의혹 결과 등 갈등 요소 잔재

사진=뉴시스, 사진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위)과 허인 국민은행 내정자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연임과 허임 국민은행장의 선임이 확정된 가운데 차기 수장들이 노조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전국 금융산업노동조합 내 KB국민은행지부(이하 KB노조)는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승수(49)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했다.

그러나 KB금융 측이 해당 안건에 사전 의결권의 행사 내역을 발표하자 주주 간 고성이 오갔다. KB노조는 자체적으로 모은 주주 위임장을 제출하고 재집계를 위한 정회를 요구했다.

박홍배 노조 위원장은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가 7명인데 주주제안에 의해 결정된 사람은 없다”며 “주주의 권리를 반영해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선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안건은 참석 주주 절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안건은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 수 대비 13.73%, 출석 주식 수 대비 17.73%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쳤다. 노조가 상정한 또 다른 안건인 대표이사의 이사회 내 위원회 참여를 막는 정관 변경안도 부결됐다.

이에 윤 회장은 “3년 전 회장 취임 당시 김상조 교수가 사외이사 구성에서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며 “이를 반영해 모든 주주에게 사외이사를 제안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고 이를 통해 3명의 사외사가 선임돼 있다”고 해명했다.

KB노조가 제안한 안건들이 모두 부결됐지만 노조 측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재상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아직 연임 찬반 설문조사 조작 의혹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결과 등이 남아있어 노사간 힘겨루기는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KB노조는 윤 회장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달 초 KB금융지주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HR본부 사무실 하드디스크를 확보한 상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이 설문조사 개입에 관여됐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사외이사 뿐 아니라 노조 참여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윤 회장과 허 행장이 얼마나 노사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하는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윤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의결권 행사주식 수(76.62%) 중 98.85%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윤 회장은 “은행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증권과 손해보험 등 비은행 역량을 강화해 차기 리딩금융그룹으로서 재도약을 준비했다”며 “글로벌 사업 확대를 계속 추진해 향후 3년 안에 아시아 리딩뱅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업계로부터 윤 회장은 재임 기간 지주회장과 은행장직을 겸임하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4년 내부 갈등으로 불거진 일명 ‘KB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9월26일 윤 회장은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에서 만장일치로 연임이 확정된 바 있다.

주총에서 국민은행장에 허인 내정자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도 통과됐다. 그동안 이어져온 KB금융과 국민은행의 분리 경영이 3년 만에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허 내정자는 사전의결권 주식 수(76.22%) 중 99.85% 찬성으로 정족수를 넘겼다. 허 행장도 임시 이사회를 거쳐 오는 21일 비상임이사 임기를 시작한다.

KB금융 그룹을 이끌어갈 윤 회장의 임기는 3년, 허 신임 은행장의 임기는 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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