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지 같은 前·現 대표…돈 안주려 꼼수?

지난 15일 오후 강남 선릉역 진진바라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이세우 씨에게 경찰이 소음측정요구를 하고 있다. 사진=박상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박상아 기자] “우리 같은 서민한테 5000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데...” 종로 통인시장에서 ‘충남떡방앗간’을 운영하는 이창임씨는 플래카드를 걸고 의자에 앉아 힘없는 목소리로 눈시울을 붉혔다.

한쪽에선 이창임씨의 남편 이세우씨가 확성기를 들고 “악덕업체 진진바라 밀린 대금 납부하라”고 추위에 떨며 외치고 있었다.

“말도마세요, 법인체 바뀌었다고 돈 못 준다는 게 말이 되나.”

이들은 종로 통인시장에서 ‘충남떡방앗간’을 운영하며 약 3년 전부터 유명 한정식 업체인 진진바라에 고춧가루와 참기름 등을 납품해왔다. 그동안 부부가 납품한 업소는 서울역점, 판교 진진반상점, 선릉점, 광화문점 등 총 4군데다.

이창임씨가 플래카드를 걸고 앉아있다. 사진=박상아 기자

이씨 부부에 따르면 ‘진진바라’는 처음 1년 정도는 매달 말일에 대금을 잘 입금했지만, 이젠 그 돈을 주지 않아 받아야 할 돈이 약 5500만원이 됐다. 원래 7000만원이었던 돈이었지만 그나마 부부가 계속 재촉하자 진진바라에서 1500만원을 주며 나머지는 나중에 펀드에서 받을 돈이 있으니 그 돈을 받으면 주겠다고 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9월 부부는 그동안 납품해왔던 4군데 지점에 각각 소송을 걸어 승소판결 받았다. 서울지방법원은 판교 진진반상 약 462만원, 광화문 진진바라 약 1450만원, 강남 진진바라 약 1660만원, 서울 진진바라가 약 1920만원 가량을 충남떡방앗간에 지원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문제는 소송 이후였다. 진진바라가 법인체가 바뀌었다며 이전 법인체와 해결하라고 나선 것.

前·現 사업체 대표, 실주소지 같아…돈안주려 꼼수부렸나

등기부등본 등을 조사한 결과 진진바라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법인체가 바뀐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전 사업체와 현재 사업체의 대표가 같은 주소지를 쓰는 등 수상한 점이 많다.

실제 바뀐 법인사업체는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제이씨오퍼레이션’으로 대표이사가 이경섭씨로 등록돼 있다. 바뀌기 전의 ‘주식회사 진진바라’의 대표이사는 승순선씨다. 이 둘의 주소지는 동일하다.

주식회사 진진바라 대표이사 승순선씨와 제이씨오퍼레이션 대표이사 이경섭씨의 거주지가 같다. 사진=박상아 기자

또한 주식회사 진진바라와 제이씨오퍼레이션의 사내이사와 감사를 역임했던 임길순씨는 승순선씨의 시어머니다. 이경섭씨와 승순선씨의 거주지가 같고 임길순씨가 두 회사 등기부등본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는 만큼 두 사람은 상당히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가 좀 더 자세한 정황파악을 위해 제이씨오퍼레이션을 찾아가 이경섭씨를 만나고자 했지만 사무실 관계자는 “대표님은 평소에도 사무실에 잘 나오지 않으실 뿐더러 우린 일개직원이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일축했다.

대신 인근 부동산에서 진진바라의 최근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최근까지 진진바라는 임대료를 몇 개월 치 밀릴 만큼 자금상태가 녹록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0개가 넘게 있었던 사무실을 다 정리하면서 다수의 직원들을 내보내고 제이씨오퍼레이션을 포함한 일부 사무실만 남아있는 상태다.

부동산 관계자는 “직원들도 다 내보냈을 정도로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심지어 진진바라 매장 중 한 곳은 이름을 아예 변경하고 위탁 경영중”이라고 말했다.

추운 날씨, 발에 동상까지 걸려 "이렇게라도 안하면 미칠 거 같아"

부부가 시위하는 진진바라 선릉점에서 5분도 채 안걸리는 가까운 곳에 제이씨오퍼레이션이 위치해있다. 기자가 직접 방문했으나 "모르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사진=박상아 기자

이씨 부부는 지난 12일부터 오후 12~2시와 6~8시 하루 두 차례 진진바라 선릉점 앞에서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창임씨는 “날이 추워 발에 동상까지 걸렸다. 근데 이렇게라도 안하면 속이 터져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위 환경도 녹록치 않다. 부부는 확성기를 지참한 집회를 허가 받았지만 거주민들과 인근상가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인근 지구대에서 민원 신고를 받고 나온 경찰이 확성기를 들고 시위를 하는 남편 이세우씨에게 소음 측정을 한다며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인근에서 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은 시위 현장에 나와 부부에게 “시위를 하려면 매장 안에서 해야지 왜 밖에서 이래서 피해는 주냐”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와 관련 진진바라 관계자는 “이분들 상황은 딱하지만 법인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이 전 법인체와 해결해야 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는 말만 반복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다만, 조만간 어떻게든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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