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강화·신제품 출시로 맞불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박상아 기자] 미국과 유럽 맥주에 대한 관세 철폐와 중소 수제 맥주 회사의 거래가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대형 맥주업체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맥주 시장에서 마케팅을 강화하거나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1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 맥주에 대한 수입관세가 철폐된다. 2011년 한·미 FTA 타결 후 7년 유보기간이 만료되면서 올해 1월부터 관세가 붙지 않게 된 것이다. 오는 7월부터는 EU(유럽연합) 맥주에 대해서도 관세가 철폐된다.

안 그래도 낮은 수입 맥주 가격이 FTA를 계기로 더 낮아진다는 얘기다. 이에 국내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주류는 출고가 이하로 할인 판매가 금지돼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주요 대기업들의 독과점 구조를 겨냥해 중소 맥주제조사 활성화 방안을 확정하면서 점유율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부터 맥주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신규 진입을 막거나 사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규제 25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중소 맥주 사업자의 판로는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넓어지게 됐다. 그동안 수제 맥주를 주로 생산하는 중소 맥주 사업자가 소매점 등으로 유통할 때는 종합주류도매업자만 이용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일반 소매점과 다름없는 특정 주류도매사업자를 통해서도 가능해졌다. 수입맥주 공세에 휘청였던 국내 맥주 업계가 중소 맥주 회사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국산 맥주의 맛과 품질에 대한 불만이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주류업계의 급격한 환경변화는 국내 대형 주류업체들에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신제품 출시를 통해 점유율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업계 1위 OB맥주는 통상 1~2년 주기로 신제품을 출시해왔던 업계 관행에서 탈피했다. OB맥주는 1년 동안 ‘프리미어 OB 바이젠’과 ‘카스 비츠’, ‘프리미어 OB 둔켈’, ‘믹스테일’ 등 총 10여종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또한 기존 주력 상품이었던 카스의 병 모양을 바꾸고 세계적 셰프인 고든 램지를 초청해 ‘카스’ 강점을 부각시키는 등 시장 1위 자리 지키기에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상반기 맥주 ‘필라이트’를 출시하는 승부수를 띄워 적자탈출을 시도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 약 50%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맥주부문에서는 수입맥주 공세와 맥주 소비 감소로 4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6월 ‘소맥’ 애호가를 겨냥해 레귤러 맥주 ‘피츠’를 선보이는 등의 타겟 마케팅에 열을 올린 바 있다.

국내 맥주업체 관계자는 “업계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신제품 출시나 리뉴얼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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