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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신헤정 기자] 글로벌 경제가 지속적인 호황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동안 달러화에 베팅을 해온 투자자들이 유럽과 일본, 신흥시장의 통화로 쪽으로 투자 선을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가 지난 12일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면서 달러화가 “냉대(Cold Shoulder)”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지난해 ICE달러인덱스가 2003년 이후 14년 만의 최대 하락폭인 14%나 떨어진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계속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지난 수년 동안 시행해온 양적 완화 기조에서 벗어나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BOJ와 ECB 등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뒤를 따라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하는 투자자들이 유로화와 엔화 베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던 지난 10여 년 동안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투자를 해 왔다. 미국 경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완만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해 왔고 달러화 투자는 낮더라도 시장 수익률을 넘어서는 실적을 보장했다.

그러나 최근 뉴욕증시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증시들이 일제히 랠리를 시작하면서 미국 달러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WSJ는 이를 지난 10여 년간 달러화에 투자를 해온 투자자들의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조짐으로 풀이하고 있다.

마크 맥코믹 TD증권 환율 전략 부문 대표는 “달러화 약세는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전환에 대한 설명 중 하나”라며 “투자자들은 일본과 유럽 등을 투자하고 싶은 장소로 꼽기 시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WSJ는 지난해 12월 선물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베팅이 최근 한 달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을 미국에 들여올 때 1회에 한해 기존의 35%엔 과세율을 14%로 낮춘다는 조항을 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감세법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 둔 유보금을 대거 미국으로 들여올 것이라는 예측도 달러화 가치를 떨어트리고 있다.

연준은 지난 2015년 12월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5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지난해에만 세 차례 금리를 올렸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투자자들은 오히려 다른 통화 쪽으로 베팅을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화 가치는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경제의 양호한 경제지표도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미국의 지난달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소매판매도 전월보다 0.4% 늘어나면서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세드 헤이더 헤이더 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는 “미국 경제의 모든 긍정적인 요소들이 달러화 가치에 실질적으로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달러화가 칠레와 말레이시아 등 원자재 생산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정책이 올해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가 달러화 가치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는 2017년 회계연도에 6640억 달러에 달했던 미국의 재정적자가 2019년에는 1조 달러로 급증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3.4%에서 5.0%로 높아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달러화의 약세는 지난 수년간 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ICE달러인덱스는 2011년 저점과 비교해 25% 가까이 상승했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에 비해 달러화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돼 있다는 풀이다.

미국 기업들의 경우 약 달러가 미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때문에 달러화의 약세를 반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때부터 약 달러를 선호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달러 약세는 또한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는 보다 많은 여지를 주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런 긍정적인 분석과는 달리 일부 투자자들은 달러 약세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WSJ는 달러 약세가 미국 증시의 거품 논란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급격한 달러화 가치 하락은 연준이나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준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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