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최지원 기자] 미국 월가 최대 상업은행 중 하나인 시티그룹이 월가 대형은행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남녀 직원 간 임금 격차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티그룹이 주주행동주의 그룹인 아르주나 캐피탈의 압력에 굴복해 월가에서는 처음으로 남녀 간 급여차이 자료를 공개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아르주나 캐피탈은 지난해 6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남녀 간 급여 차이 자료를 공개하고 시정하라는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시티그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마스터카드, JP모건, 웰스파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과 함께 성별 임금 차별 공개를 요청하는 아르주나 캐피탈의 요구를 거부했었다.

마이크 머레이 시티그룹 인적자원(HR) 담당 사장은 15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미국과 영국, 독일 등지에 한해 시티그룹 직원들의 급여 자료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티그룹이 공개하는 자료에는 성별과 직능, 지역, 업무 수준 등이 담기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머레이는 성별 임금 평등은 시티그룹에 매우 중요한 경영원칙이라고 밝혔다.

머레이는 “올해 우리는 남녀 간, 그리고 소수인종과 비 소수인종 간 급여 차이를 수정하려는 노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티그룹은 여성과 미국의 소수인종이 겪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적절한 (임금) 인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의 성차별 자료 공개는 당분간 유보키로 했는데 이는 올해 영국정부가 마련한 남녀간 성차별 금지 규정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티그룹은 조만간 영국의 성별 임금 격차와 관련된 상세한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영국 평등인권위원회(EHRC)는 250명 이상 고용한 공공부문 기업들에 대해서는 올 3월 말까지 의무적으로 성별 임금격차 자료를 공개토록 했다. FT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17개 금융기업들이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이들 17개 금융기관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별 임금격차 평균 중간 값은 24%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씨티그룹을 비롯한 대형은행들은 아직 영국 정부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시티그룹의 이 같은 방침이 전해지면서 아르주나 캐피털은 15일 승리를 선언했다. 나타샤 램 아르주나 캐피털 매니징 파트너는 “씨티그룹이 성별 임금 차별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 금융계의 다른 어떤 회사에서도 보지 못한 일”이라면서 시티그룹의 이번 조치가 월가 은행가의 “변곡점(a tipping point)”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티그룹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독일의 경우 남녀간 급여 차이는 1% 정도다. 미국에서 일하는 소수인종과 백인 동료간 임금 차이 역시 1%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FT 조사에서는 지난해 시티그룹 전체 인력에서 여성이 차지한 비중이 51%에 달했다. 그러나 중간 간부 중 여성 비중은 42%, 고위 간부는 43%로 줄었다. 씨티그룹을 포함한 35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직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이지만, 여성 고위간부 비중은 25.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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