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22대 총선이 불과 20여 일로 다가왔지만 거대정당은 물론 위성정당, 준위성정당, 군소정당 할 것 없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고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은 가히 목불인견이다.

자신을 국회부의장과 다선 중진으로 만들어 준 정당을 탈당하고 바로 대척에 있는 정당으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귀순’하는 의원, 위성정당도 모자라 준위성정당을 만들어 놓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면 엄두도 못 낼 배지를 달기 위하여 비례로 추천받았다가 하루 아침에 취소되는 촌극들, 전략공천이란 명분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후보를 지역구에 내리꽂는 몰염치 등 ‘공직자 후보 추천’이라는 정당의 공천 기능은 ‘욕망의 정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2월 한 달 내내 공천과 관련한 이슈가 선거판을 도배하다시피 하다 선거를 채 한 달도 안 남기고서야 가까스로 공천을 마무리 짓고 있다. 양당의 망언 당사자들에 대한 공천 취소가 이어졌고, 여전히 과거의 막말에 대한 평가 때문에 시민의 삶과 관련한 이슈는 부상하지 않고 있다.

의료대란의 와중임에도 어느 정당도 해결책에 대한 소신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의료계와 정부의 대치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대립이다. ‘갈등’의 전형적인 양태를 띠고 있는 이 상황에서 ‘갈등의 조정’을 본령으로 하는 정치가 해법을 제시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건 정치의 존재 이유에 대한 심각한 회의로 연결된다. 급기야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의 과거나 현재의 발언과 이에 대한 정당들의 대처를 보면 한국 정치가 ‘정치’를 상실한 이유를 알게 한다.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이 취소됐고,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국민의힘 도태우 변호사의 공천도 없던 일이 됐다. 부산 수영구에서 공천을 받은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 역시 과거 발언에 발목이 잡혀 공천이 취소됐다.

장 전 최고위원의 막말은 한 두 개가 아니었다. 2014년 페이스북에서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건강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부적절한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2년에는 서울시민을 겨냥해 ‘시민의식과 교양수준으로 따지면 일본인 발톱의 때 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라고 했다. 뒤틀리고 왜곡된 망언이 아닐 수 없다.

후보의 막말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역시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전 서갑에서 공천을 따 낸 조수연 후보 역시 뒤틀린 역사인식을 드러낸 발언이자 상식과 보편을 벗어난 3류 발언이다.

조 후보의 발언은 역사 자체를 왜곡하는 발언이다. “백성들은 진실로 대한제국의 망국을 슬퍼했을까. 봉건적 지배를 받는 것 보다는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지 않았을까” 또한 “친일파가 없었으면 대한제국은 망하지 않았을까” 등 친일파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과 역사를 정면으로 왜곡하는 그의 발언은 인내의 수준을 넘는다. 이재명 대표의 발언도 만만치 않다. ‘살만하다 싶다면 2번을 찍든지 집에서 쉬시라’란 말은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부인하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여야 막론, 막말을 열거하려면 끝도 없다. 사과한다고 그 말을 한 사람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 언어는 사고의 표현이고 인식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여야 모두 공천자의 최근 10년 동안 발언을 전수조사해서 보편적 상식이나 사회 통념, 국민의 평균적 역사인식에 비추어 볼 때 현저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욕설, 망언, 막말 들을 걸러내서 이미 공천을 받았어도 취소시키자는 합의를 해야 한다. 그래서 자극적이고 선동적 발언을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진영 내에서 위상을 높여 공천 등에 유리하게 작용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직에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망언이나 막말을 한 사람은 정치에서 영원히 퇴출된다는 확실한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적대와 증오의 일상화, 악마화와 혐오를 통해 지지를 결집하는 최악의 정치로 일관하는 한국 정치의 저변에 막말 정치인과 그릇된 3류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추방하지 않으면 제도의 보완은 한낱 치장에 불과할 것이며 한국정치는 나락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