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상무, 미래먹거리로 ‘건기식·스마트팜·대체육’ 선점
지난해 파리 국제식품박람회 방문해 식품 트렌드 파악
미래사업실서 신사업 발굴·인수합병 및 공장 투자 계획

신상열 농심 구매담당 상무. 사진=농심
신상열 농심 구매담당 상무. 사진=농심

최근 식품업계에서 오너 2·3세의 경영이 시작된 가운데 이들의 미래 먹거리 선점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중 농심은 라면 중심 사업에서 나아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뉴(NEW) 농심’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농심그룹 3세 신상열 상무가 미래사업실에서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경영 실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농심은 조직개편을 실시해 미래사업실을 출범했다. 신상열 상무가 미래사업실장을 겸임하고 미래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섰다. 미래사업실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인수합병(M&A) 및 국내외 공장 투자 등 사업을 다각화한다. 아울러 회사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 발판을 마련할 방안이다.

미래사업실을 이끄는 신상열 상무는 1993년생으로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신 상무는 2019년 농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리와 부장을 거쳐 2년 만에 구매실장 상무로 승진했다. 당시 최연소 20대 임원으로 신 상무가 초고속으로 승진한 만큼 미래사업실을 통해 그의 경영 실력을 입증해야 할 때가 됐다는 분석이다.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 사진=농심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 사진=농심

농심은 내년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미래사업실 신설을 통해 미래 사업 발굴에 속도를 냈다. 앞서 올해 초 신동원 농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우선 건전한 구조를 다져야 한다”며 “경영 전반의 구조를 점검하고 개선 및 정비해 위기 속에서도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을 언급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사업영역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이뤄 나갈 것을 주문하며 건강기능식품과 식물공장 솔루션 등 회사의 사업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

농심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는 이유는 현재 라면과 스낵 등 주요 사업에만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농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3조4105억원으로 전년(2022년) 대비 9.0% 증가했다.

라면 품목 별도 매출액은 2조2680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78.6%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스낵 품목이 전체 매출에서 14.8%를 차지하면서 매출액 5050억원을 기록했다.

인구 구조 및 생활패턴 변화로 국내 라면시장이 전반적으로 저성장 추세를 직면한 가운데 농심은 해외사업 추진 및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하되 신 상무는 미래 먹거리인 건강기능식품, 스마트팜을 구축해 ‘뉴(NEW) 농심’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탤 방침이다. 지난해 농심은 첫 M&A로 건강기능식품업체 천호엔케어 인수를 추진해 왔으나 매각가를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인수가 불발되기도 했다.

(왼쪽부터) 강창원 농심 책임, 이상훈 아그로솔루션코리아 대표, 김보규 농심 경영기획실장, 양상훈 포미트 지사장, 김두식 KOTRA 리야드 무역관장, 모하마드 알로할리 사우디 투자부 국장, 모하마드 알라시드 사우디 그린하우스 회장, 압둘라 알라시드 사우디 그린하우스 이사, 히샴 알마사우드 사우디 투자부 매니저. 사진=농심
농심이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스마트팜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강창원 농심 책임, 이상훈 아그로솔루션코리아 대표, 김보규 농심 경영기획실장, 양상훈 포미트 지사장, 김두식 KOTRA 리야드 무역관장, 모하마드 알로할리 사우디 투자부 국장, 모하마드 알라시드 사우디 그린하우스 회장, 압둘라 알라시드 사우디 그린하우스 이사, 히샴 알마사우드 사우디 투자부 매니저. 사진=농심

스마트팜은 농심이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으로 미래 척박한 기후나 환경오염 속에서 우수한 품질의 작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2018년 사내 스타트업 팀을 구성해 스마트팜 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아울러 신 상무는 대체육과 비건을 신사업으로 선점하면서 지난해 10월 파리 국제식품박람회를 방문해 글로벌 식품 트렌드를 살폈다. 이미 농심은 2020년 건강기능식품 ‘라이필 더미 콜라겐’과 ‘라이필 바이탈 락토’ 등 건강기능식품과 이듬해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해 비건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농심 지분 현황에 따르면 농심홀딩스 199만70주(32.72%), 율촌재단 29만3955주(4.83%)에 이어 신 상무가 20만주(3.29%)를 보유하고 있다. 신 상무가 추후 지분 확대와 미래사업실을 통해 신사업 성과를 거둔다면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농심 관계자는 “미래사업실은 앞으로 M&A나 미래 사업을 하는 데 있어 현재 방향성을 잡고 알아가는 단계”라며 “구체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에는 시간을 두고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허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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