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연초 달러당 1293원에서 시작한 환율이 애초 기대와 달리 1300원 이하에 안착하지 못하고 오히려 원화가 평가 절하되며 1350원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되며 미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장 참여자들이 높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3월 미국 FOMC가 지난 12월과 같은 결론으로 마무리됐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 지금 환율대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이유는 미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연초보다 후퇴했다는 점과 앞으로도 이러한 기대감은 추가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1월 형성된 올해 중 연준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기대는 5~6번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물가와 경기지표들이 기대보단 높게 나오며, 이 기대치는 2~3번까지 축소됐고 연초 이후 환율 상승은 기대치 후퇴된 것과 궤를 같이한다.

12월 점도표 평균을 유지한 이달 FOMC는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줬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그리 완화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연준의 성장률 전망치가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됐고 1표 차이로 점도표 평균이 유지되었을 뿐 전반적인 점도표는 우상향했기 때문이다. 기대가 후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미 연준 기준금리는 올해 중 인하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지만, 미국 기준금리를 가운데 둔 시장 기대와 연준 정책은 이후에도 숨바꼭질을 계속할 전망이다.

두번째는 탄탄한 미국경제 흐름이다. 올해도 미국 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기대 이상의 호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1.2% 수준이었던 올해 미국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월 말 1.6%에 이어 최근에는 지난해 2.5%보다 약간 낮은 2.1%까지 높아졌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경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맘때 리오프닝(경기 재개)이 본격화되며 미국뿐 만 아니라 유럽이나 중국의 성장률 기대치도 같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는 미국만 가파른 성장률 전망치 상향이 이뤄지고 있을뿐 유럽이나 중국 등 다른 축은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런 미국 경제의 독주는 달러 강세가 유지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또 하나 고려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하반기보다 상반기 외환 수급이 어려워지는 계절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12월 결산법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수출입 계절성과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금 지급 때문이다. 월별 수출 비중을 보면, 연초보다는 연말로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특성이 있다. 수입 역시 수출과 비슷하게 연초보다 연말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지만, 수출만큼 계절성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1월부터 5월까지는 월별 수입 비중이 수출보다 높게 나타나고 6월 이후엔 수출 비중이 수입 비중보다 높게 나타나는데 이 비중 차이만큼이 월별 무역수지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12월 결산 법인이기에 4월과 5월 배당금 지급이 몰려 있어 해마나 이 시기 국내 소득 수지 적자도 크게 나타난다.

다만, 최근 기대보다 높은 환율이 지속돼 다수 불안 요인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난무함에도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의 대외 신인도를 보여주는 ‘CDS 스프레드’는 지속해서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과거엔 우리나라의 CDS 스프레드와 원·달러 환율이 밀접한 정(+)의 상관 관계를 보였지만, 이번 팬데믹 국면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에서 1480원 선까지 크게 움직임에도 CDS 스프레드는 매우 안정된 수준인 20bp~60bp 사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50원 선을 넘보고 있지만 CDS 스프레드는 아직 30bp 수준에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이례적인 상황과 이 상황에 대응하는 이례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으로 환율과 같은 가격변수 변동 폭이 증폭돼 있지만 환율 수준만큼 실제 펀더멘털이 불안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타국 통화들과 연동돼 움직이고 있는 원화 환율을 그리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수출에 미치는 환율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었지만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면, 기록적인 약세의 일본 엔화와 약세로 전환된 중국 위안화를 고려할 때 원화가 홀로 안정을 보이는 것보다 연동된 약세를 보이는 게 유리하다. 과거 시각으로 현재의 환율 수준만 보고 펀더멘털에 대해 과도한 해석에 나서는 건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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