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측 "소비자에 기계값 환불해 줄 테니 글 내려달라”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LG전자가 V20 발화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내려주는 조건으로 스마트폰값을 환불해 주겠다고 회유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안 그래도 적자를 면치 못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LG전자 스마트폰 담당 사업부가 소비자의 신뢰마저 져버리면서 무책임 경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9일 휴대폰 관련 인터넷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 올라온 게시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일 LG전자로부터 충전단자 발화로 맡긴 자신의 V20을 환불해주는 대신 뽐뿌에 올린 게시글을 내려달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 26일 새벽 정품충전기에 꼽아 놓은 자신의 스마트폰 V20 연결단자 부위로부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하고 LG전자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겼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에 V20을 수거해갔던 동네 LG전자 센터 담당자로부터 본사에서 원인 결과가 나왔다고 연락이 왔다”며 “(LG전자 측이) 검사 결과 휴대폰 내부에 습기가 차 누전 돼 제품이 탔고 이는 소비자 과실이다. 원한다면 검사결과 메일을 확인 시켜 주겠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담당자가 본사 방침 상 이런 경우는 유상수리인데 열흘간 휴대폰을 반납해 불편을 겪었으니 특별히 무상수리를 해주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뽐뿌에 올린 V20 발화 관련 게시글을 지워주는 조건으로 특별히 환불해주겠다고 선심 쓰듯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또 담당자에게 “본사에서 받은 결과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하니 말을 바꿔 대외비라는 이유로 검사서는 외부 유출이 안 된다”고 거절했으며 “내부 방침이라 메일로 보내줄 수 없고 센터로 방문하면 잠시 확인만 시켜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 지난 6일 A씨는 휴대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 게시판을 통해 LG전자가 발화로 손상된 자신의 V20을 환불해주는 대신 관련 게시글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진=뽐뿌 게시판 캡처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LG전자의 대처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제품 결함이 아닌 이상 글을 내려달라는 부탁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검사 결과 공개에도 소극적으로 나선 것은 화를 더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접촉 불량이나 소비자 과실이라면 LG전자의 이같은 요청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불투명한 대처로 일관하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져버리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는 LG전자 측의 입장이나 해명을 듣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화 및 문자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을 주지 않았다.

한편 LG전자는 MC사업부에 발목을 잡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35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 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G5의 부진과 새로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이 힘을 쓰지 못하한 것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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