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심사 미끼 조심…“2~3년 뒤 피해자 속출 가능성도”

▲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점차 커져가는 유병자보험 시장을 두고 몇 년 뒤 가입자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묻고 따지지 않는’ 간편한 심사 절차를 미끼로 건강한 사람에게 가입을 유도하거나 까다로운 보장 범위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고도 혜택을 보지 못 하는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유병자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은 20곳, 손해보험사들은 13곳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20개 가까운 신상품이 나왔으며 가입자도 점차 늘고 있어 시장 확대에 속도가 붙고 있다. 2013년 632만건이었던 유병자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2016년 6월 기준 2026만건까지 불어났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병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소비자들의 보험 가입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동시에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도 따른다.

보험사와 설계사가 실적을 위해 유병자보험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 가입심사가 간편하다는 점을 호도해 보험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TV홈쇼핑에서 유병자보험을 광고할 때 유병(有病)자 대상이라는 특성은 제대로 강조하지 않은 채 간편심사를 앞세워 가입자들의 혼란을 부추기는 점이 대표적 우려 사례다.

유병자보험의 보장범위가 제한적인 점도 소비자들이 주의해야할 부분이다. 보통 고혈압·당뇨병 특화보험은 암이나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등 특정 질병으로 진단되거나 사망한 경우에만 진단금이나 사망보험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무심사보험은 보험기간 중 사망한 경우에만 보장받을 수 있으며, 사망보험금도 1000~3000만원 수준으로 일반 보장성보험보다 규모가 적다.

유병자보험 피해 걱정이 특히 큰 이유는 보험료가 일반보험에 비해 1.1배에서 5배까지 비싸기 때문이다. 유병자보험은 대체적으로 ▲간편심사보험 ▲고혈압·당뇨병 특화보험 ▲무심사보험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 일반보험의 보험료보다 통상 2배 내외, 1.1배 내외, 5배 내외로 높다.

보험업계에서는 유병자보험에 대한 민원이 2~3년 후쯤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병자보험이 취급된 지 몇 년 되지 않아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에야 피해를 입은 가입자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풀이다.

때문에 금융당국과 보험사들 모두 선제적인 소비자 또는 가입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소비자 혼란을 막을 수 있도록 유병자보험 광고에 대한 심의체계를 손보고 보험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판매하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민원 대응체계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유병자보험은 일반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에 가입 시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일반 소비자가 TV홈쇼핑에서 볼 수 있는 묻고 따지지도 않는다는 부류의 간편심사보험 광고를 보면 유병자 대상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몸이 건강한 사람들도 속아 넘어가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고 유병자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피해 사례를 막으려면 광고 심의체계부터 다시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최근 보험사들이 유병자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면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유병자보험인 줄 알고 가입했더라도 가입자가 이해한 보장 범위와 실제 범위가 다른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2~3년이 지나면 관련 문제와 민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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