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민 기자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한국이 중국의 ‘경제 보복’에 연일 두드려 맞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공식적으로 확정된 후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한국과 교류하던 산업 전반에 높다란 벽을 쌓고 있다.

장밋빛 꿈을 품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화장품업계를 비롯한 의류·식음료·전기전자·엔터테인먼트 업계 등은 현재 미사일이라도 맞은듯한 분위기다. 조선·철강업계 등도 언제 불통이 튈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이같은 보복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쪽에서 딱히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점도 서글프다.

그런데 이보다 더 속상하고 기막힌 일이 당장 우리나라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이 중국 자본의 위시리스트로 전락하고 있는 것. 중국 거대기업과 투자자들은 기존 주인이 매각을 결정하면서 매물로 나온 모든 생명보험사들에 적극적으로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미 중국기업이 된 보험사들도 있다. 동양생명은 2015년, 알리안츠생명은 2016년에 중국 대형보험사인 안방보험에 인수됐다.

아직 새 주인을 찾고 있는 ING생명과 KDB생명도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매각을 시도할 때마다 후보 목록에 중국 자본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국내 대형 보험사나 금융사들 중에는 인수 여력이 있는 곳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 자본이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보험사를 운영할 마음이 있는 지다. 현재까지는 불안함이 더 크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운영하는 방식을 두고 국내 보험업계는 단기간 수익 내기와 투자금 회수에만 너무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위 ‘먹튀’를 걱정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으면서 국내 언론에 비협조적인 모습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최근 동양생명은 주주와 계약자에게 큰 피해를 초래하는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에 휘말리고 부실대출 의혹마저 받고 있지만 국내 언론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불투명한 경영방침과 지배구조, 국부·노하우 유출, 불안한 고용, 국내 보험시장 질서 교란 등 걱정거리가 계속 늘어나면서 중국 자본의 국내 보험시장 침투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NG생명 노조가 중국 자본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다.

국내 보험사들은 우리나라 국민의 보험을 책임지고 있다. 밖에서 사드 보복을 당하는 것도 서럽지만, 국민들이 갑작스런 불행에 대비하고 자신 또는 남은 가족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생활비를 나눠 내며 유지하는 보험이 중국 자본의 투자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국내 보험시장에 들어온 중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역시 그럼 그렇지”라는 비판 대신 업계와 언론, 소비자의 신뢰를 받으며 오래 영업하고 싶다면 이같은 우려 불식을 위한 노력에 먼저 나서야 한다. 금융 당국 또한 중국 자본이 그저 수익 추구를 위해 국민의 보험과 보험업계 노동자들을 이용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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