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와 순위 역전 노릴 수 있어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국내 리딩 종합금융그룹을 노리는 우리은행이 사외이사들과 지주사 전환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거둔 호실적을 고려했을 때,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4대 금융그룹 순위에 지각변동이 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이사회 간담회를 열고 사외이사들과 지주사 전환에 대해 논의한다. 우리은행 측과 사외이사들이 지주사 전환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교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지주사 전환에 대한 타당성을 비롯해 ▲장단점 ▲비용 ▲방향성 ▲전환 시기 ▲인수·합병 시기 등을 다룰 전망이다. 이날 논의에서 지주사 전환에 대한 은행과 사외이사 간 공감대가 형성되고 세부 방안이 나오면 다음달 3일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 지주사 전환 의제가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사외이사가 대변하는 과점주주들은 은행과는 별도로 외부 컨설팅에 지주사 전환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으며, 일부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성적을 봤을 때 지주사 전환 작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수한 실적을 거둬, 4대 종합금융그룹 사이에서 안정적 경쟁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향후 지주사로 올라섰을 때 시너지를 통한 성장폭 확대가 예상된다.

우리은행과 계열사들이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은 1조2613억원으로 전년보다 19.1% 증가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경쟁사인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3451억원과 비교해 차이가 1000억원도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산 규모 역시 4조7000억원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아, 지주사 전환 시 순위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 순위 역전이 일어난다면 업계 1, 2위 자리를 노릴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은행의 연결 기준 지난해 자산은 343조4000억원이며, 하나금융지주 자산은 348조980억원이다.

이밖에 종합금융그룹 체계를 갖춰 은행에 치우쳐진 수익 구조도 안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우리은행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중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0.0%에 이른다. 은행이 실적 부진에 빠지면 그룹 전체가 휘청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우리은행과 계열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과점주주들이 확정돼 민영화 달성이 확실시된 때부터 지주사 전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민선 1기 행장으로 내정된 후 열렸던 간담회 자리에서나 그 이후에도 사외이사들과 협의해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행장은 “2017년 금융지주체계를 재구축해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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