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인건수와 조혼인률 추이, 1970~2016. 사진=통계청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지난해 한국인들의 연간 혼인건수가 30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1977년 이후 처음이다. 조(粗)혼인률(인구 1000명 당 혼인 건수)도 혼인·이혼 통계조사가 시작된 1970년 이래 가장 낮은 5.5건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이런 내용을 다룬 ‘2016 혼인·이혼 통계’를 지난 22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연간 혼인건수는 1977년 이후 가장 낮은 28만1635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7.0%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혼인건수는 1996년 43만4911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내리막 추세였으며, 가장 마지막으로 혼인이 증가한 해는 2011년(32만9087건)이었다.

조혼인률도 감소해 통계청이 혼인·이혼 조사를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5.5건을 나타냈다. 조혼인률은 1980년대 들어 서서히 감소해왔지만 증감률은 2012년(6.5건) 부터 소폭의 증가세를 보여왔다. 조혼인률이 인구에 비례한 혼인 추세임을 감안했을 때 이 수치가 역대 최소인 부분은 미혼자 상당수가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평균 초혼연령은 2016년 기준 남자 32.8세, 여자 30.1세로 전년보다 각각 0.2세, 0.1세 상승했다. 남녀별 초혼연령 격차는 지난해 2.7세로 1996년 3.0세에 비해 0.3세 내려갔다. 이처럼 초혼연령 격차가 줄어드는 이유는 남성 초혼연령의 증가세가 지난 10년간 둔화·수렴했기 때문이다. 여성 초혼연령은 1996년 이후 10년마다 2.3세씩 일정하게 증가해왔다.

연령별로 보면 25세부터 29세의 조혼인률이 2015년 41.2건에서 지난해 36.8건으로 감소폭이 4.4건으로 가장 컸다. 30세부터 34세의 조혼인률은 62.4건에서 59.3건으로, 35세부터 39세는 25.1건에서 24.3건으로 각각 3.1건, 0.8건 감소했다. 이처럼 다른 연령대에 비해 35~39세의 조혼인률 감소세가 낮은 것은 한국인이 초혼연령이 점차 늦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혼인건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단순히 인구 감소 측면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통계청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2016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출생인구가 의미 있게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은 1997년(66만8344명, 전년대비 2만2882명 감소)으로 올해 25세 인구 출생년도인 1993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실제로 1991년부터 1996년까지는 매년 70만명 안팎의 출생인구 증가세가 이어져 왔다.

통계청이 지난 23일 발표한 ‘2016 한국의 사회지표’ 보도자료에 나온 ‘결혼·이혼에 대한 견해’ 조사에 따르면 설문대상의 42.9%가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했다. 2014년 같은 조사의 38.9%에 비해 4.0%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증가 추세가 성별과 연령, 학력에 구분 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한국사회의 결혼관이 급속도로 변하는 방증이기도 하다.

통계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결국 혼인률 감소 추세는 인구 지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지표와 현상이 개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혼인율에는 청년실업률과 직업여성 비율, 주거비 변화 등 다양한 사회지표가 개입되며 도시화, 미디어 매체의 확산 정도, 사실혼 증가 등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16년 이혼건수는 전년 대비 1.7% 줄어든 10만7328건이었고 평균 이혼연령은 남자 47.2세, 여자 43.6세로 10년전 대비 각각 4.6세씩 증가했다.

또 외국인과의 혼인건수는 2만0591건으로 2005년 4만2356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남자는 베트남 여성(5377건)과 가장 많이 혼인했으며 다음 중국(4198건)과 필리핀(864건), 일본(838건)순으로 이어졌다. 여자는 중국남성과의 혼인이 1463건으로 제일 높았고 이후 미국(1377건)과 베트남(565건), 캐나다(398건)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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