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실적 개선, 구조조정으로 사측 신임… 27일 선임여부 결정

박진회 씨티은행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의 임기 만료를 한달 남짓 앞두고 씨티은행이 차기 행정 선임 작업에 돌입한다. 금융권에서는 박 행장이 다른 경쟁 후보 없이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22일 오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행장 선임 작업에 들어간다. 임추위에서 행장 후보를 추천하면 27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선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행장 임기는 3년으로 차기행장은 2020년 10월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업계 안팎에선 박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뚜렷한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가 없는 상황에서 박 행장이 사측의 신임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박 행장은 재임 직전인 2014년 상반기 적자를 면치 못하던 씨티은행의 실적을 올리는 중책을 맡았다. 당시 388억원 적자였던 씨티은행은 박 행장 체제로 돌아선 2014년 말 당기순이익 1156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이어 2015년 2257억원, 2016년 2121억원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올해 상반기에도 1171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922억원) 대비 248억원(26.9%) 증가한 수치다.

씨티은행 측은 이 과정에서 대출을 줄이고 신탁을 키우는 방식으로 체질개선에 나섰다. 기업과 가계대출 등 은행 주 수입원인 이자부자산을 줄이는 한편 비이자수익을 견인하는 신탁자산을 늘린 것이다.

씨티은행 손익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이자부문 수익은 5305억원으로 전년 동기(5337억원) 대비 0.6% 감소한 반면 비이자부문 수익은 756억원으로 같은 기간(202억원) 273.5%나 증가했다.

세부 내용을 보면 2분기 기준 고객대출자산은 기업·공공대출이 10조1561억원, 개인대출금이 11조95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 5.7%씩 감소했다. 반면 자산은 금전채권신탁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해 지난해 말 20조1672억원이었던 자산규모는 올해 상반기 3조964억원(15.3%) 늘어난 23조2636억원을 기록했다.

비이자수익 증가에는 자산관리(WM) 부문 강화가 한몫 했다. 박 회장은 2015년 영업점 모델 전략을 수정해 전국 129곳에 달하는 지점을 자산관리와 비즈니스, 신규고객유치로 나눠 특화시켰다.

박 행장은 “디지털뱅킹과 WM사업으로 대표되는 소비자금융의 비즈니스모델 변경은 상반기 수익증가율이 비용증가율을 상회하고 성장의 구심점을 구축하는데 기여했다”면서 “하반기에도 성장계획을 지속 실천하고 소비자금융의 비즈니스 모델 변경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는데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씨티은행은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이익률(ROA) 2.99%, 자기자본비율(BIS) 18.96% 등으로 시중은행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임기 동안 씨티은행이 재무건전성 개선을 이끌어낸 박 행장이 사측의 신임을 받을 법한 이유다.

박 행장은 올해 상반기 은행권 CEO 가운데 최고연봉자(8억4100만원)로 이름을 올렸다. 사측은 금감원 전자공시를 통해 계량적 지표와 비계량적 지표 모두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점을 고려했다며 이례적으로 긴 설명을 달았다.

박 행장은 또한 올해 상반기부터는 ‘차세대 소비자금융전략’을 내걸고 진행 중인 씨티은행 구조조정도 잘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최근 씨티은행은 올해 126개 지점 가운데 90곳을 폐쇄하는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자산관리 영업점과 고객가치센터를 신설하는 등 비대면 프로세스 강화에 힘을 쏟았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해고를 우려한 노조 측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사측이 폐쇄 영업점 수를 일부 줄이고 직원 고용을 보장하는 한편 통상임금 인상과 특별격려금 지급 등의 카드를 제시해 갈등을 비교적 잘 봉합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밖에도 전임 행장이었던 하영구 현 은행연합회장이 2004년부터 10년간 5번 연임에 성공한 점 또한 박 행장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박 행장은 하 회장의 ‘오른팔’격 인사로 꼽힐 뿐만 아니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등과 경기고 동문으로 현 정부의 코드에 맞다는 점 또한 강점이다.

일각에서는 박 행장이 임기 동안 노사 관계가 다소 좋지 않았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박 행장 임기 직후 취임 반대 천막 농성 시위를 벌인 바 있고, 이밖에도 성과급 문제와 구조조정 등의 건으로 잦은 충돌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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