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KDB산업은행이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평가를 엉터리로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3년과 2014년에는 막대한 경영 부실에 제재를 가했어야 할 경영진에게 오히려 성과급을 지급한 사실이 내부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5년 대우조선 경영관리위원회 경영정상화 이행각서(MOU) 평가 결과’에 따르면 산은은 2013년과 2014년 일부 평가 항목에서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산은은 대우조선과 경영정상화 MOU를 체결하고 매년 경영관리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경영관리위원으로는 대학교수, 회계사 등이 참여한다.

경영관리위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대우조선의 경영평가 총점으로 각각 82.85점, 69.05점을 매겼다. 성과급 지급과 제재조치의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평가 등급으로는 B등급과 E등급에 해당한다.

평가 등급은 S~F까지 총 7단계로 나뉜다. B등급(80점 이상~90점 미만)은 경영진이 75%의 성과급을, E등급(60점 이상~70점 미만)은 35%의 성과급을 받는다.

대우조선은 2013년에는 2617억원, 2014년에는 7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보고했고, 경영관리위는 이를 토대로 수익성 점수를 25점 만점에 19.61점(2013년), 20점 만점에 10.57점(2014년)씩 부여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최근 해당 기간의 실적을 수정 공시했다. 2013년은 6735억원의 당기순손실, 2014년은 8301억원의 당기순손실로 바꿨다.

이같은 실적을 경영관리위 평가 기준에 반영하면 수익성 점수는 0점이 나온다. 경영관리위가 제대로 된 평가를 했다면 2013년 경영평가 총점은 55점, 2014년은 51점이 된다.

총점 60점 미만은 모두 F등급이다. F등급에는 대표이사 사퇴, 상무 이상 임직원 기본급 30% 삭감 등의 고강도 제재가 가해진다.

경영관리위는 통상적으로 매년 3~4월이면 대우조선에 대한 경영평가를 내놓는데 지난해 평가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정성립 현 대우조선 사장 선입지연과 대규모 부실 발생 등에 따라 MOU를 체결하지 못해 지난해 평가 결과가 없다”며 “이미 대우조선 부실 사태가 공식화된 만큼 지난해 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곧바로 올해 평가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번 분석을 통해 그동안 산은이 대우조선이 보내온 자료만 보고 안일하게 경영평가를 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산은의 이같은 평가가 7조원대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 부실 경영을 초래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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